[뉴스토마토 서지명·유지승기자]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이른바 '통일금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서독의 경제적 우위를 바탕, 갑작스런 동독 붕괴를 통한 급격한 체제통합으로 정치주도형 통일을 이룬 독일의 1~2년의 압축적 이행과정을 참고하되 금융주도형 통일을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정부가 구상하는 남북 경제 통합 방안은 발전, 이행, 통합의 3단계다. 개발지원을 통해 극심한 남북한 소득격차를 줄인 후 시장경제로 만들고, 화폐통합 등 확고한 거시금융 안정을 통해 통합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통일재원 마련이 관건..정책금융으로 조달
통일금융을 위해서는 상업은행제도 마련과 화폐통합 등 금융시스템 구축에 앞서 통일재원 조달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핵심이다.
금융위원회는 북한 개발재원이 약 5000억달러(약 500조원)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현재 북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 1251달러를 20년 후 1만달러 수준으로 상향하는데 따른 추정이다.
세부적으로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개발재원의 50~60% 수준인 2500억~3000억달러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밖에 조달방안으로 해외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170억달러를 마련하고 민간투자자금(1072억~1865억달러), 북한 자체창출(약 1000억달러) 등이 고려된다.
◇통일 개발재원 규모 추정(자료제공=금융위원회)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9일 '한반도 통일과 금융' 컨퍼런스에서 "통일재원을 정부재정에 의존할 경우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해외원조를 통한 재원조달은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에 북한경제 개발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의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장형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통일비용이 얼마냐가 아니라 어떻게 조달할지가 중요하다"며 "공적자금 투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실현가능성 있는 정책방향"이라고 말했다.
통일비용이라는 단어가 혼용되고 있는데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통일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재원 외 복지지출 등 사회적비용에 대한 추계가 더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통일비용이라는 단어가 혼용되고 있다"며 "통일비용에는 통합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보장 비용이 더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일을 외생변수로 보는 시각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일은 외생변수가 아니며, 내생변수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사, 통일 후 20년 뒤 여신잔액 200조원 필요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통일재원 조달방안 및 금융회사의 역할' 주제발표를 통해 북한 경제를 20년 뒤 1인당 GDP 1만달러 수준으로 발전시키려면 민간 금융사의 북한에 대한 여신 잔액이 20년 뒤 200조원 수준에 달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원장은 "북한 경제가 20년 뒤 1인당 GDP 1만달러로 발전하려면 연평균 11%의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사는 통일후 5년뒤 2조3000억원의 자기자본이 추가로 필요해 10년 뒤 4조4000억원, 20년 뒤엔 25조1000억원의 자기자본 확충이 각각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금융적 관점을 적용해 통일에 필요한 재원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서 회수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태호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통일비용에는 남북한의 교류협력단계에서 지불하는 통일환경 조성비용도 포함된 것으로 봐야한다"며 "현재 중단돼 있는 남북경협사업이 재개될 수 있도록 정부가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경협사업 확대는 미래의 통일 재원을 마련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국책뿐만 아니라 민간사업자들에게도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이 전무는 "남북의 정치적 대립으로 사업이 좌우되지 않도록 정부가 보험을 통해 사업을 보증해주는 등의 노력해 달라"며 "이로써 북한과의 경제협력 사업에 금융기관이 통일 재원조달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통일에 따른 불확실성을 민간이 담보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어 정책 금융기관들에 나서는 것이 더 많은 민간 자본을 끌어오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향후 금융쪽에 더 많은 선행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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