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출판·유통업계가 새 도서정가제 시행을 이틀 앞두고 도서 가격 안정화 등 자율 규제 내용을 담은 협약을 체결했다. 새 도서정가제 시행이 책값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줄이는 한편, 다양한 도서 확보로 독자들의 독서 접근권을 강화하고 위기에 처한 중소서점을 살리려는 도서정가제 개정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19일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 출판·유통 관련 단체는 서울 종로구 출판협회에서 협약식을 열고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을 위한 출판·유통업계 자율 협약서'를 발표했다.
주요 협약 내용은 ▲가격 재조정 등 도서 가격 안정화 ▲지역서점 살리기 ▲가격 경쟁이 아닌 가치 경쟁을 통한 문화 수준 향상 ▲도서정가제 혜택을 출판·유통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여 ▲양질의 도서 보급과 콘텐츠 개발 ▲ 독서진흥 운동 전개 등 6개 항목이다.
아울러 자율 협약의 목적과 범위, 의무 사항 등을 담은 9조의 세부 지침을 마련했다. 출판·유통업계는 이번 법을 위반한 사안을 발견하면 관련 기관에 신고하는 등 공정한 법 적용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또 '자율도서정가협의회'를 구성해 도서의 건전한 유통과 가격 안정화를 꾀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와 함께 정가의 15% 이내에서만 가격 할인과 경제상 이익을 허용하고 회원할인과 회원적립 등의 회원혜택도 포함하기로 했다.
아울러 출판사는 재정가한 도서를 유통사에 차별 공급하지 않고, 유통사는 독점적으로 재정가 도서를 판매하지 않을 방침이다. 오픈마켓 등 도서 판매 중개업자가 도서정가제를 위반할 경우 경고, 공급 중단 등 제재 수단을 동원한다.
중고도서가 아닌 책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유통할 경우에도 경고, 판매와 공급 중단 등의 제재 수단과 제재 기간을 심의 의결한다.
이 밖에 세트도서는 각 권의 합과 다르게 가격을 정해 표시할 수 있으며, 외국에서 발행되는 간행물의 범위를 국내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로 보고 외국에서 발행된 간행물은 도서정가제 적용을 받는다. 경품 제공의 경우 독점적으로 진행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이번 협약이 '자율'이므로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날 공급률 조정과 관련한 합의 내용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중고서점 살리기'라는 새 도서정가제의 취지가 달성될지도 의문시된다. 공급률은 출판사가 서점에 공급하는 단가를 뜻하며 '도매가'로 이해하면 된다. 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공급률과 관련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숙제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대형서점 대표들은 말을 아꼈다. 허정도 교보문고 대표는 "원칙적으로 공급률 조정에 동의하고 있으나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김동국 반디앤루니스 대표도 "동의했다"고 짧게 답했다.
중고서점을 운영하는 알라딘커뮤니케이션의 조유식 대표는 도서정가제 확대 시행 이후 수혜를 얻을 것이란 일각의 전망에 대해 "전체 매출 중 중고서점의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아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규 한국작가회의 사무처장은 "도서정가제 시행을 계기로 작가가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고 판매량이 요동치는 일이 없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약에는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외에도 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대행),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 김기호 한국인터넷서점협의회 회장, 정해운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 회장, 허정도 교보문고 대표, 김동국 반디앤루니스(서울문고) 대표, 장병택 영풍문고 대표, 조유식 알라딘커뮤니케이션 대표, 김기호
예스24(053280) 대표,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 등이 참여했고 일부는 불참했다.
◇19일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서점조합연합회 등 출판·유통 관련 단체가 서울 종로구 출판협회에서 협약식을 열고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을 위한 출판·유통업계 자율 협약서'를 발표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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