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사 '차장'들.."노조라도 만들어야"
휴일출근·행사동원 기본, 처·팀장 개인비서 노릇까지
2014-11-27 15:20:43 2014-11-27 15:20:43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이거 차장노조라도 만들어야 할 지경입니다"
 
한국전력(015760) 산하인 한 발전자회사 차장의 하소연이다. 과중한 업무부담과 고용 착취에 시달리고 비인간적 대우까지 받던 발전사 차장들이 참다못해 집단으로 뿔났다는 것이다.
 
한전 산하 발전사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동서발전과 서부발전, 중부발전, 남동발전, 남부발전 등 6곳. 이곳에서 차장(3직급)은 임직원으로 승진하는 초급간부의 시작이다.
 
사장 아래는 처장, 처장 밑은 팀장, 팀장 아래가 차장인데, 사실상 차장은 발전사의 실무를 책임지는 기둥인 셈. 그래서 발전사 인력 구조도 차장을 중심으로 넓게 퍼진 형태다.
 
문제는 이런 차장 직급의 특성상 사측에서 요구하는 업무강도가 심하다는 것.
 
A 차장은 "요즘 유행하는 열정페이라는 말에 빗대 '차장페이'라는 말이 있다"며 "'넌 차장이니까', '차장이나 돼서'라며 당연한 듯 업무부담을 강요한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초급간부이자 실무자로서 해당 업무와 관련된 성과 압박이라면 그런 부담은 좀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으나, 알고보니 진짜 압박은 다른 데 있었다.
 
1년 365일 발전해야 하는 발전사 특성상 조기출근 휴일·명절출근, 불시출근 등이 잦은데 이 모든 부담이 차장들에게 집중된다는 것. 더구나 성과연봉제 개편 후 휴일출근과 행사참여율까지 실적에 포함된 탓에 혹시 연봉이 깎일까 마음대로 빠지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B 차장은 "각종 휴일출근과 행사동원에도 불구하고 당연하다는 듯 아무 보상도 없다"며 "승진 점수 잘 받으려면 처·팀장들 개인 비서노릇까지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발전사 내부에서는 서로 차장 승진을 꺼리는 기현상까지 벌어진다.
 
차장 승진을 위해 치르는 초급간부 임용고시 경쟁률은 매년 줄고, 악명 높은 팀장이 있거나 고참 차장이 많아서 허드렛일을 떠맡아야 할 팀, 업무량 많다고 소문난 직군에는 아예 차장 지원자가 없을 정도. 요즘 차장급 외부 경력자 채용이 잦은 이유도 이 때문이란다.
 
C 차장은 "어디 가서 발전사 차장이라고 하면 신의 직장인 공기업의 간부라고 떠받들려 산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요즘 차장들끼리 노조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수군댈 정도로 처우가 형편없고 업무부담이 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 차장은 "대졸 신입직원이 발전사에 입사해 차장으로 승진하기까지 평균 10년이 걸린다"며 "부푼 꿈을 안고 차장이 됐는데 실상은 업무 압박에 시달리는 신종 노예"라고 하소연했다.
 
◇한국전력 산하 발전자회사(사진=한국전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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