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이 경영복귀를 위한 마지막 준비 작업을 마쳤다. 지난 26일 삼성그룹으로부터 방위산업·석유화학 4사를 인수하며 두 분야에서 단숨에 국내 1위 기업으로 도약한데 이어 곧바로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이번 인사는 한화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의 수장을 전격 교체하며 '신상필벌'의 원칙이 그 어느 때보다 분명히 적용됐다. 경영복귀를 앞둔 김 회장이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물으며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은 28일 한화케미칼 등 5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인사를 단행했다.
한화케미칼 대표이사에는 김창범 한화첨단소재 대표를 내정했고, 김 대표의 후임에는 한화첨단소재 자동차소재사업부장 이선석 전무를 내부 발탁 임명했다.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에는 한화역사 황용득 대표이사를 선임했고, 한화역사 대표이사에는 ㈜한화 재무실장 한권태 전무를 배치했다. 한화저축은행 대표이사에는 한화건설 경영지원실 김원하 전무를 발탁했다.
한화그룹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검증된 역량과 경륜을 갖춘 인물들을 전진 배치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약화된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그룹의 캐시카우 구실을 하는 한화케미칼의 수장 교체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2011년 3259억원을 마지막으로 2년 째 1000억원대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내며 주력 기업으로서 자존심을 구기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방한홍 대표 후임에 김창범 한화첨단소재 대표를 임명한 것에 대해 사실상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에서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하며 석유화학 사업부문이 확대된 점도 김창범 대표 선임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한화케미칼은 두 회사를 조기 안정화시키고, 사업구조를 재편해야 하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김 신임 대표는 지난 6월 한화L&C(현 한화첨단소재)의 건재부문 매각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 같은 능력을 눈여겨 본 한화그룹은 한화케미칼의 대변신을 이끌 적임자로 김 대표를 낙점한 것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대표는 한화L&C의 건재부문 매각 이후에도 불필요 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한화첨단소재의 조직을 안정되게 관리해왔다"면서 "한화케미칼의 인사는 안정성에 무게를 둔 인사"라고 강조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총수의 의지도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 회장은 지난 26일 삼성과 1조9000억 규모의 '빅딜'에 이어 사장단 인사 역시 직접 재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이 본사로의 출근 등 공식적인 복귀선언을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경영에 복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재편과 조직개편 모두 김 회장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한 굵직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실적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물었다는 점에서 복귀 전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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