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일반의약품(의사 처방이 필요없는 의약품)의 암흑기가 끝나가고 있다. 약가인하와 리베이트 억제 정책으로 전문의약품(의사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 사업이 고전하자 제약업계가 자구책으로 일반의약품 시장에 눈을 돌리면서 침체됐던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허가된 일반의약품은 660개로 지난해 427개를 훌쩍 넘어섰다. 12월까지 포함하면 올해 일반의약품 허가 건수는 700여개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들어 제약사들은 일반의약품을 줄줄이 선보이고 있으며, 제품군도 해열제, 소화제, 피부연고제, 비타민제, 자양강장제 등 다양하다.
휴온스는 체중감량 보조제 '알룬'을 씹어먹는 츄어블정 제제로 제형을 변경해 출시했다. 동국제약은 잇몸약 '인사돌'에 후박추출물을 추가해 효능을 높인 '인사돌플러스'를 발매했다.
종근당은 물에 타 마시는 감기약 '모드콜플루 2종'을 내놓았다. 한국다케다제약은 대표적인 감기약인 '화이투벤'을 스프레이 형태인 '화이투벤 나잘스프레이'로 개발했다.
대표적인 역류성식도염 일반의약품인 '개비스콘 현탁액' 복제약에는 유한양행, SK케미칼, 광동제약, 동국제약, 일동제약, 영진약품 등 15여개사가 뛰어들었다. 근화제약은 '알보'라는 일반의약품 통합브랜드를 론칭했고, 삼일제약은 가정상비약 브랜드 '헬프시리즈'를 선보였다.
그야말로 일반의약품 전성시대라 할만 하다. 계륵 대접을 받던 때와는 딴판이다.
이 같은 일반의약품의 성장세는 제약업계의 판도변화와 관련이 깊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처방은 의사, 조제는 약사에게로 의료 역할이 분할되면서 약국을 찾던 환자들이 병·의원으로 이동했다. 이는 국내 의약품 시장이 전문의약품 위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됐다.
전문의약품이 크게 성장하는 반면 일반약의 입지는 좁아졌다. 2000년에만 해도 전체 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의 생산비중은 60% 수준이었으나, 의약분업을 기점으로 매년 점유를 높여 2009년에는 80%를 넘어서기까지 했다.
그러나 2010년 들어서면서 처지가 뒤바뀌었다. 정부가 제약산업 선진화를 위해 리베이트 척결, 약가인하 등 단속과 규제를 강화하면서다.
리베이트 규제안으로 전문의약품의 영업환경이 위축됐고, 약가 하락에 비례해 매출과 이익도 감소했다. 건강보험의 방패막 안에서 성장했던 전문의약품이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대신 궁여지책으로 일반의약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불확실성과 잠재적 위험도가 높아지자 제약사들이 안정적인 일반의약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2013년 국내 전문의약품 생산액은 약 114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 성장에 그쳤다. 같은 기간 일반의약품 생산액은 24억원 정도로 5.4% 늘어 전문의약품보다 2배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의약품이 워낙 고전하다보니 매출 만회를 위해 일반의약품 시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일반의약품은 약가규제에서 벗어나 있어 기반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장가동률 안정화도 요인으로 꼽힌다. 또다른 관계자는 "일반의약품을 개발한다고 해서 매출과 수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문의약품 생산 부진에 따라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 일반의약품 생산에 매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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