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업 추락 SK이노베이션, 유공 출신 베테랑 투입
신임 사장에 정철길 SK C&C 사장 내정
2014-12-09 17:20:20 2014-12-09 17:20:25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실적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SK이노베이션의 5개 계열사 가운데 정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의 대표도 동반 퇴진했다.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조치다.  
 
SK그룹은 9일 SK이노베이션 사장에 정철길(60·사진) SK C&C 사장을 내정했다. 정 신 임 사장은 석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 사장도 겸임하게 된다.
 
정 사장은 1979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대한석유공사(유공)에 입사해 종합기획부와 신규사업, 원유 트레이딩 사업부서를 거친 인물이다. 정유사업이 부진하자 이 분야에 정통한 인재를 등용한 셈이다.
 
정 사장은 유공 재직 시절에 미얀마 석유개발 업무를 담당한 것을 비롯해 2003년 소버린 사태 당시 SK그룹 구조조정본부에 재직하며 위기관리 관리 경험을 쌓기도 했다.
 
지난 2004년 SK경영경제연구소 경영연구실 실장을 거쳐 2008년 SK C&C 경영지원부문 부문장(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11년부터 SK C&C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했다. 1994년 SK그룹 경영기획실로 자리를 옮긴지 20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한 셈이다. SK 안팎에서는 정 사장에 대한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신임이 상당히 두터운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이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박봉균 SK에너지 사장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연이은 실적부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개발과 정보전자소재사업을 하면서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등 5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가운데 매출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정유 사업은 유례없는 불황으로 SK이노베이션 전체 실적을 갉아 먹고 있는 상황이다.
 
석유사업 부문은 올 1분기 350억원의 흑자를 낸 것을 제외하고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2149억원, 2261억원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석유 수요 부진에 따른 정제마진 하락과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한 재고평가손실 확대 등 겹악재가 낀 탓이다. 그 결과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389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4209억원) 대비 6분의 1 토막 수준의 저조한 성적이다.
 
위기상황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정 신임 사장에게 떨어진 핵심과제는 실적 회복이다.
 
정 사장은 SK C&C로 옮겨가 에너지 사업을 관할하는 데 다소 공백기를 갖기는 했지만, 유공을 떠나 그룹 구조조정본부에 재직할 당시는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까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안팎에서는 정 사장이 에너지 부문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한 만큼 정유와 석유화학 사업 등에서도 SK C&C에서 보여 온 경영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사장은 SK C&C 재직 당시 중고차 매매와 메모리 반도체 모듈사업을 신사업으로 선정해 실적 개선을 이끈 경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 사장은 유공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본부에서도 에너지 사업을 챙겨봤기 때문에 에너지 사업 전반을 잘 알고 있다"면서 "회사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인 만큼 석유개발과 신사업 등 기존에 진행 중인 사업을 가다듬고, 변화가 필요한 분야는 과감하게 개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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