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소통이 부족해졌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공개적인 소통 행보에 나섰다.
11일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 주민 설명회를 청파동 주민센터 별관에서 연다. 18일까지 공덕동, 중림동, 회현동 등 고가도로 주변 지역 3곳에서도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서울역 고가공원 사업은 서울시 중심에 녹지와 관광 명소를 만드는 계획이다. 박 시장의 관심도 높다. 서울역 고가공원화 사업의 참고가 된 뉴욕 하이라인 파크에서 박 시장은 직접 사업 설명회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박 시장이 대체도로 등이 필요하다는 주민 의견을 듣지 않고 강압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많이 나왔다. 이번 설명회는 박 시장이 이런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시장은 서울시민인권헌장 무산 논란도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전날 박 시장은 성소수자 단체 대표들과 면담을 열고 인권헌장 폐기를 사과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데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지난달 30일 기독교·보수단체에서 서울시민인권헌장에 성소수자 관련 조항이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고 나서자 서울시는 절차대로 진행됐던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를 무산시켰다.
이에 성소수자 단체들은 박 시장과 면담을 요청하며 시청 로비에서 농성에 들어갔지만 박 시장은 열흘 동안 이들과 만나지 않았고 인권헌장 무산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서울시가 고가도록 공원화 사업 설명회를 열고 박 시장이 인권헌장 폐기를 사과한 것은 진보측의 비판이 부담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진보단체들은 박 시장이 '소통'·‘절차’·‘원칙' 등 선거에서 약속한 것을 어기고 인권헌장을 폐기하고 고가 공원화 사업을 강행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서울시가 다급했던 것은 고가 공원화 사업 설명회를 촉박하게 준비한 것에서 엿볼 수 있다. 청파동 주민센터 별관에서 설명회가 확정된 것은 지난 8일이었다. 주민들에게 설명회를 알리는 시간은 불과 사흘 밖에 없었다. 설명회를 알리기 위해 청파동장이 직접 주민들에게 문자를 보냈을 정도다.
다만 박 시장이 소통 행보를 다시 강화해도 진보단체들의 불만을 달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성소수자 단체들은 박 시장의 사과 이후에도 농성을 풀지 않았다. 이들은 박 시장이 사과는 했지만 인권헌장 재제정 등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고가 공원화 사업도 대체 도로 등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줄 방안은 아직 윤곽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회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9일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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