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원전세·화력세 인상..지역 곳간만 채우는 꼼수
2014-12-16 16:02:07 2014-12-16 16:02:13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내년부터 원자력발전분 지역자원시설세(원전세)와 화력발전분 지역자원시설세(화전세)가 오른다.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 있는 지역은 환경오염과 사고위험이 커 별도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지역민의 요구를 국회가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원전세와 화전세는 지역 곳간만 채울 것으로 보인다.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원전세와 화전세 대부분이 원래 목적이 아닌 다른 곳에 쓰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원전과 화력발전 등에 관련한 지역자원시설세 세율이 100% 오른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원전이나 화력발전소를 보유한 지자체는 발전사업자에게 1㎾당 각각 0.5원과 0.15원을 징수했지만 앞으로는 1원과 0.3원을 받는다.
 
지역자원시설세는 지역자원을 보호하고 지역의 특수한 재난을 예방하는 한편 지역균형개발 사업에 쓰기 위해 도(道)가 지역시설 사업자에게서 징수해 시·군에 배정하는 목적세인데, 발전소, 지하수, 음용수, 지하자원, 특정 부동산 등에도 부과할 수 있다.
 
◇우리나라 조세제도에서 지역자원시설세 분류(사진=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전세와 화전세 인상은 발전소가 혐오시설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관계자는 "지역주민들과 지역구 의원들에게서 발전소로 인한 환경오염과 사고 불안감 등에 대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했다"고 말했다.
 
이에 원전과 화력발전소를 보유한 부산과 인천, 경남, 경북, 전남 등은 상당한 수준의 원전세와 화전세 확보가 가능해졌다. 노후원전인 고리원전이 위치한 부산시는 2012년 기준으로 181억6100만원의 원전세를 거뒀는데 내년에 363억원까지 징수할 수 있다.
 
그러나 <뉴스토마토>가 원전세 드을집행하는 각 지자체에 예산자료를 요청·분석한 결과 그동안 지자체는 원전세 등을 지역자원 보호와 사고위험 대비에 쓰지 않고 도로 정비나 농공단지 조성, 지자체 내 행정기관 지원금 등에 사용하고 있었다.
 
실제로 한울원전이 위치한 경북 울진군 지난해 288억원의 원전세(추가경정예산 포함)를 배정받았는데, 이 중 원전 추진사업비로는 8000만원만 썼고 골프장 조성과 축산단지 환경조성, 도로정비와 농어촌 경관개선 등 주민편익지원에 80억원을 사용했다.
 
또 체육기반시설 조성에 7억원, 울진군 추모공원 조성에 8원, 도시계획정비 사업에 42억원을 투입했다. 원전사업비 8000만원과 예비비로 편성한 96억원을 제외하면 190억원에 가까운 돈이 지역자원시설세의 애초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사용됐던 셈이다.
 
다른 지자체 사정도 마찬가지다. 월성 원전이 위치한 경북 경주시는 지난해 원전세로 배정된 71억5000만원 중 원전주변지역 지원사업에 쓴 돈은 2억7000만원에 불과하고, 부산시 기장군도 136억원의 원전세 중에서 원전사업에는 1억5000만원만 썼다.
 
한빛원전이 있는 전남 영광군도 152억원의 원전세를 농공단지 조성과 문예회관 건립에 지출했다. 전남도청은 총 343억원의 원전세 가운데 영광군 등으로 이전한 160억원을 제외하고 280억원이 남았지만 광양·보성 오토캠핑 리조트 조성에 72억원을 썼다.
 
경상북도 조례를 보면 "원전세와 화력세는 발전소 지역의 방재대책과 에너지 관련 사업을 육성하도록 배정한다"고 명시됐으며, 이는 다른 지자체의 조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원전세 등은 지자체장의 사업공약 달성을 위한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은 상황. 이러다보니 이번 국회에서 지자체와 지역구 의원들이 합심해 추진한 지역자원시설세 인상이 지역의 재정난 타개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원전세 등을 거두면 발전사 비용부담이 늘어나 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도 지자체의 재정난을 걱정해 지역자원시설세를 인상했다"며 "그러나 세금이 목적대로 쓰지 않으면 혈세 낭비 지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전세를 사용하는 지자체 관계자는 "마을회관 건립과 도로 정비도 크게 보면 발전소 유치에 따른 지역피해를 보상하고 지역민 복지를 위한 것"이라며 "내년부터 원전세가 인상되면 증가한 세입만큼 자원보호와 환경개선에 더 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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