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원 삼성토탈 사장 "직원들 서운함 이해..인수 마무리 최선"
삼성 계열사 반발 움직임과 내부 사기 저하에 한화그룹 부심
2014-12-18 12:51:43 2014-12-18 17:38:33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섭섭해 하는 직원들을 달래서 (인수) 마무리를 잘 해야죠."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사진)이 '삼성-한화 빅딜' 발표 직후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과 관련해 직원들 설득에 최선을 다해 인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손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석유화학협회 사장단 조찬 모임에 참석한 뒤 <뉴스토마토> 기자와 만나 "외환위기 당시 쓰러져가는 회사를 살려놨는데, 매각이 결정돼 직원들의 서운함이 클 것"이라면서 반발하는 직원들을 잘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조찬 모임에 함께 참석한 정유성 삼성종합화학 사장도 "정해진 대로 가야죠"라며 짧게 답했다.
 
전날 삼성토탈 대산공장에 다녀온 손 사장은 거의 매일 생산현장을 찾고 있다. 손 사장은 '삼성-한화 빅딜'이 발표된 지난달 26일 오전 담화문을 내고 대산 사업장으로 내려가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각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직원들의 반발을 우려해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
 
특히 삼성토탈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빅딜 대상 1호로 선정되는 고난을 겪고도 '삼성그룹 내 1인당 생산성 1위' 기업으로 도약한 터라 내부 구성원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하다.
 
이에 손 사장은 담화문을 통해 "회사가 어려워 자산을 매각하고 분사를 하고, 동료를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기도 했으나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 글로벌 에너지 화학사로 키워냈다"면서 "변화가 당장은 어리둥절하고 섭섭하겠지만 수많은 역경을 극복해온 만큼 담담하고 당당하게 맞자"고 당부했다.
 
아울러 "새로운 변화가 다소 불안하고 걱정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신변상 불이익은 전혀 없을 것"이라면서 고용 승계를 약속했다.
 
이 같은 설득 작업에도 대산공장 내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반발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특히 빅딜 발표 이틀 후인 지난달 28일 삼성토탈 직원들이 서산시청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한데 이어 지난 10일 창립총회를 통해 삼성토탈 노조가 공식 출범하는 등 매각 저지를 위한 집단행동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노조는 창립 총회에서 "외환위기 당시 빅딜 대상 1호 기업에서 현재 1인 매출 50억원을 웃도는 알짜기업으로 탈바꿈시킨 회사를 1조600억원에 헐값 매각한다는 것은 그룹이 명분으로 내세운 사업 재편이 아니다"면서 "오너 일가의 경영권 문제 등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까지 당기순이익 누적 규모만 3조600억원에 이르고, 지난 9월 준공한 글로벌 프로젝트 공사비만 2조원에 달한다"면서 "1조원에 매각한다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매각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삼성토탈 노조는 삼성과 한화그룹의 빅딜을 철회하기 위해 반대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삼성테크윈 직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판교사업장 옆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매각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삼성테크윈은 창원사업장 공장 직원들이 산업별 노조 가입을 결정한 가운데 판교 사업장의 사무직과 연구인력 등은 기업별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 등 4개 회사는 노조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공동투쟁의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은 인수 대상기업 직원들의 반발과 그에 따른 한화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가 이어지자 부심하는 모습이다. 한화그룹은 빅딜 발표 후 줄기차게 "고용승계와 처우, 복리 등을 현재 수준과 동일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인수 대상기업 직원들의 반발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에 한화그룹은 이달 초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한화와 삼성을 한쪽이 없으면 날지 못하는 비익조라는 상상의 새에 비유하며 "서로가 함께 할 때 비로소 완벽할 수 있는 신뢰의 마음으로 상대방을 아끼고 존중해 나가자"고 화합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달래기에 나섰다. 아울러 인수과정에서 설립된 삼성계열사 노조도 기존 한화그룹 계열사 노조처럼 동등하게 활동 권리를 보장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한화 측에서 고용승계를 100% 보장하고, 처우와 복리를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약속했음에도 매각 철회를 주장하는 것은 과도한 요구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대한생명을 인수해 한화생명으로 성공적으로 탈바꿈한 사례도 있다"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 대신 합병 이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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