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 中·日 사이 샌드위치 전락..세계 1위 '옛말'
2014-12-18 14:59:30 2014-12-18 14:59:3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한국 조선업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막대한 자국 물량을 발판 삼아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중국과 엔저를 등에 업고 약진하고 있는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 특히 올 들어 한국 조선업은 신규수주 부진과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등 벼랑 끝에 처해졌다.
 
이미 업계에서는 ‘한국=세계 1위 조선국가’라는 공식이 무색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에 전체 선박 수주량이 밀린 것은 물론 지난 4월에는 수주액 1위 자리마저 중국에 내줬다. 이 가운데 그동안 잠잠했던 일본이 약진을 거듭하며 고부가 선종에서 한국 조선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18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의 수주량은 1020만CGT(280척)로, 전 세계 시장점유율 28.4%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주량은 35.6%, 시장점유율은 2.1%포인트 하락했다.
 
'중국 선박은 자국에서 건조한다'는 '국수국조' 원칙에 힘입어 몸집을 불리고 있는 중국은 같은 기간 1458만CGT(765척), 시장점유율 40.6%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수주량은 32.0%, 시장점유율은 0.7%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일본은 706만CGT(340척)로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17.4%에서 올해 19.7%로 2.3%포인트 증가했다. 지난 4월, 6월, 9월에는 월별 수주실적에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앞서기도 했다.
 
수주금액도 한국과 중국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5%, 25.0% 줄어든 반면 일본은 5.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올 들어 글로벌 발주량이 감소하며 한국과 중국, 일본 모두 전년 대비 수주량 및 수주금액은 감소했지만 고부가 선종 위주로 수주시장이 회복된 일본은 세 나라 중 유일하게 시장점유율이 상승했다. 여기에는 올 초부터 계속된 엔저 현상과 올해 발주량이 급증한 LNG선 수주효과도 한몫 했다.
 
특히 미국발 셰일가스 붐으로 발주량이 급증한 LNG선의 경우 일본 정부의 전략적인 육성정책이 도움이 됐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중지되면서 전 세계에서 LNG 수입량이 가장 많은 나라로 부상했다. 셰일가스 붐이 시작된 이래 자국 선사를 중심으로 LNG선 수요가 큰 폭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이 LNG 저장탱크 모양을 변화시켜 기존 LNG선 대비 약 16% 많은 가스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증기 터빈과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기술도 개발해 연비효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LNG선에 5000억엔을 투자하겠다는 발표도 이어졌다.
 
올해 가장 많은 LNG선을 수주한 대우조선해양이 독자 개발한 천연가스 연료 공급장치와 천연가스 재액화 장치 기술로 시장을 선도한 것과 비슷한 움직임이다.
 
LNG선은 올해 국내 조선업을 떠받쳤던 효자 선종이다. LNG선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042660)의 경우 올 1~11월까지 총 18척의 LNG선을 수주했다. 지난해 연간 6척을 수주한 것에 비하면 3배가량 증가했다. 수주량이 급증하면서 LNG선 수주시장 점유율도 2011~2013년 25%에서 올해 69%로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조선업계가 자국 수요를 바탕으로 LNG선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독주체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본은 중국에 비해 조선업 기술력은 물론 기술개발 인프라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동안 가격경쟁에서 한국에 밀려왔지만 올 초부터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컨테이너선이나 벌크선 같은 범용상선은 중국이 이미 세계 시장을 장악했고, 이제는 LNG선 등 고부가 선종마저 일본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조선업계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온 해양플랜트마저 저가수주 및 경험 부족, 설계능력 부족 등으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면서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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