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2015년 세계 가전 '1위'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과제는 '백색가전 벽 넘기'로 보인다. 확고한 위치를 점한 TV에 비해 백색가전으로 불리는 생활가전 분야에서는 해외 기업들과의 다툼이 치열하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업계 라이벌답게 앞다퉈 내년 세계가전 1위 달성을 공언했다. 가전의 꽃으로 불리는 TV에 있어서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양사 합계 40%에 육박하며 목표 달성에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이지만 문제는 생활가전이다.
TV시장에서 양사의 입지는 확고하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삼성전자는 25.4%, LG전자는 14.5%의 점유율로 나란히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블랙프라이데이와 연말 쇼핑 특수 등의 효과가 반영되는 4분기에는 양사 합계 40%를 가볍게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팔리는 TV의 절반 가량이 삼성과 LG의 제품인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까지 35분기 연속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고, LG전자는 차세대 TV로 주목받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하이센스와 TCL, 스카이워스, 창홍 등의 중국 제조사들이 탄탄한 내수시장과 저가 제품을 앞세워 추격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양사에게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 커브드 UHD TV(왼쪽)와 LG전자 울트라 OLED TV(오른쪽)(사진=각 사)
반면 생활가전은 혼전 양상이다. 일반적으로 냉장고는 삼성전자, 세탁기는 LG전자가 최고라고 주장하지만 생활가전 전체를 놓고 봤을때 1위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최대 가전시장 중 하나인 북미는 전통적으로 로컬업체들이 강세를 띄는 시장으로 꼽힌다. 국내 상황과는 다르게 빌트인 가전의 비중이 높고, 세계 가전시장 점유율 1위인 월풀을 비롯한 로컬업체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특히 월풀은 탄탄한 미국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7월 이탈리아 가전업체 인데시트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중국 가전업체 허페이산요의 지분 51%를 사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 기준으로 월풀이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각각 전체의 10% 중반대와 5% 미만의 매출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한 유럽과 중국시장으로의 영역 확대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지역 1위인 스웨덴 일렉트로룩스가 지난 9월 33억달러(약 3조3800억원)에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며 북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 점 또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계 가전시장 1위 달성에 장애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하나의 최대 시장인 중국 역시 하이얼이라는 벽이 존재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얼은 전 세계 대형 가전 시장에서 9.7%의 점유율로 5년 연속 1위에 올랐다. 대표 생활가전인 냉장고와 세탁기 점유율은 19%, 16%를 기록하며 20%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하이얼은 최근 종료된 중국 정부의 가전제품 보조금 정책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내수시장과 함께 천천히 내실을 다지며 성장해 왔다. 1980년대부터 독일의 선진기술을 도입한 이후 독일시장에 역수출을 하는 등 세계 160여개국에 수출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기술력에 있어서도 큰 격차가 없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술력을 앞세운 스마트홈과 수익성 제고를 위한 생산기지 확충, 사업부 통합 및 인력 확충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생활가전 부문 경쟁은 녹록치 않다"며 "혁신적인 제품들로 해외 업체들을 압도한 TV 분야와 같은 확실한 한 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최대 가전시장인 북미와 중국지역 생활가전 최대 경쟁자인 월풀과 하이얼의 존재는 세계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에 확실한 부담으로 작용한다.(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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