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퀄컴과 화웨이의 파트너십이 예사롭지 않다. 차세대 모바일 칩셋을 함께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술렁임도 커졌다.
세계 최대의 칩셋 기업인 퀄컴과 4G 통신장비 및 스마트폰 시장의 신흥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화웨이의 연대는
삼성전자(005930)와 인텔 등 전자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2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퀄컴과 화웨이는 현지 이동통신사인 EE와 함께 카테고리9 (CAT9)을 지원하는 LTE-A 통신모뎀칩의 성능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퀄컴이 내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인 스냅드래곤810에 탑재된 칩으로, 3밴드 주파수묶음(Carrier Aggregation, CA)을 지원하며 캣6 대비 속도는 1.5배 향상된다.
무엇보다 최적화 테스트에 사용된 제품이 화웨이의 통신장비라는 점에 이목이 집중된다.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환경이 고도화될수록 최적화가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는데, 때문에 통신장비업체의 솔루션과 통신칩, 단말기 제조사의 강력한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며 "퀄컴, EE는 화웨이 장비의 가격 경쟁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퀄컴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4G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스코를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화웨이는 해마다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대만 등지에서는 CIA 보고서 이후 화웨이 통신장비가 보안성이 취약하다며 거부하는 분위기지만, 유럽을 비롯한 그외 아시아 지역에서는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국내 시장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 화웨이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통신장비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LG유플러스(032640)와 강력한 협력 관계를 이루고 있는 화웨이는 보안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값싼 가격을 무기로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현재 이동통신 3사에 모두 통신장비를 공급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판매량 역시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국내시장 특성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화웨이가 퀄컴을 비롯한 통신칩 제조사, 각국 이동통신사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곳은
삼성전자(005930)다. 화웨이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4G 통신장비 등 곳곳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3위인 화웨이와 19% 수준의 점유율 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모바일 통신장비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2% 미만이다.
퀄컴과 화웨이의 팀 체제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네트워크사업부, 무선사업부 등에 두루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이동통신사가 퀄컴 스냅드래곤을 탑재한 화웨이 단말기, 화웨이의 통신장비로 구축된 환경을 선호하게 될 경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모바일 프로세서, 통신장비를 판매할 여력이 줄어든다. 통상 네트워크 장비 사업은 단말기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가 지난 2012년 인도의 인포텔과 4G 네트워크 장비공급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현지 이동통신사가 삼성전자 단말기와 칩을 사용하는 협력 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인도는 아시아 지역에서 삼성이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탑재 갤럭시 스마트폰이 가장 활발하게 판매되는 지역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퀄컴과 화웨이의 각국 본사.(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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