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올해 가전업계를 집어삼킨 화두는 단연 '스마트홈'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집안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홈 서비스는 스마트 기기 확산과 치열해지는 플랫폼 경쟁, 가전업계 수익성 제고 등의 흐름에 힘입어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했다.
26일 한국스마트홈 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6조4천억원 규모였던 국내 스마트홈 시장은 내년 11조원까지 확대될 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 세계시장 역시 올해 480억달러(약 53조원)에서 오는 2019년 1115억달러(약 12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세계 가전시장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를 비롯해 해외 주요 가전사들은 잇달아 스마트홈 전쟁에 뛰어들었다. 한 해 동안 성숙기를 거쳐 스마트홈 시대를 맞은 가전시장은 내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5'를 통해 관련 제품들을 대거 쏟아내며 대중화에 앞장선다.
◇(자료=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스마트홈 생태계 구축을 위한 움직임을 펼쳐왔다. 스마트TV를 통해 전자제품을 컨트롤하는 기능을 포함한 스마트TV 소프트웨어개발자키트(SDK)와 문자메시지로 제품을 제어하는 '홈챗' 서비스 등을 선보인 양사는 이번 CES를 통해 한층 진보된 서비스를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을 분명한 미래 화두로 잡은 분위기다. 내달 CES를 통해 독자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탑재한 TV를 앞세워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청소기 등 사실상 전 분야의 생활가전을 망라하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선보인다.
스마트홈 강화를 위한 인력조정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은 지난 10일 실시된 정기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통해 스마트홈 분야 인재들을 확충했다. 기존 IM(무선사업부) 부문에 집중돼 있던 미디어솔루션센터(MSC)에서 스마트홈 개발인력을 확보한 것.
지난 7월 오픈 인터커넥트 컨소시엄(OIC)와 9월 사물인터넷(IoT) 개방형 플랫폼 개발업체 '스마트싱스' 인수에 이은 스마트홈 분야 강화 움직임이다.
특히 가전사업 수장인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은 내달 CES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스마트홈의 미래와 비전에 대해 연설한다. 스마트폰이 삼성전자의 수익을 채워왔다지만 전통적으로 가전이 간판이었던 만큼 이번 연설을 통해 자존심을 챙겼다는 평가다.
또 이미 지난 9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4'에서 '인간을 배려하는 퓨처 홈의 구현'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던 윤 사장이 또 한 번 스마트홈을 주제로 나선 점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홈 분야에 두는 무게감을 가늠케 한다.
윤 사장은 지난 IFA 당시 기자 간담회를 통해 "스마트홈 사업은 회사 전체가 하나의 성장사업으로 키울 부분"이라며 스마트홈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IFA 2014'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이 '인간을 배려하는 퓨쳐홈의 구현'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삼성전자)
LG전자 역시 올 한 해 호평받은 스마트TV 플랫폼 '웹OS'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웹OS 2.0'을 탑재한 스마트TV를 공개하며 분위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CES가 IFA에 비해 TV 분야 무게감이 더 큰 데다,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를 직접 겨냥하는 만큼 삼성과 LG 모두 스마트TV OS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LG전자는 이밖에도 확대된 스마트 오디오 라인, 홈챗 서비스 등의 전략 제품을 선보이며 스마트홈 분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 역시 '홈챗' 서비스를 앞세워 스마트홈 서비스를 대거 선보일 계획이다(사진=LG전자)
유럽 프리미엄 가전 제조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지난해 IFA 당시 스마트홈의 효용성에 의문을 표시했던 독일 밀레는 올해 IFA에서는 그간의 입장을 뒤집고 스마트홈 서비스 '밀레앳홈'을 내놓으면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보쉬와 지멘스 역시 합작사인 BSH를 통해 '홈커넥트'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이번 CES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멘스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스마트홈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단계"라며 "향후 완성된 형태의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트렌드 쫓기가 아닌 정식 사업을 통해 깊이 있게 다루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처럼 제품 본연의 기능에 관심을 가지며 프리미엄화에 힘을 쏟던 유럽 제조사들마저 스마트홈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면서 오는 CES 2015는 글로벌 제조사들의 스마트홈 각축전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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