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공격 예고된 원전..'파괴' 가능성은 적을 듯
"내부망에 미발견 악성코드 있다면 가동 중지 가능" 의견도
2014-12-24 15:10:11 2014-12-24 15:10:14
[뉴스토마토 류석기자] 자칭 '원전반대그룹'이 오는 25일 원전 가동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해킹을 통한 원전(원자력발전소) 파괴를 예고한 가운데, 공격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원전반대그룹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해 고리1, 3호기와 월성 2호기의 가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2차 파괴를 실행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을 '원전반대그룹 회장'이라고 지칭한 한 트위터 사용자는 "크리스마스에 중단되는게 안보이면 어쩔 수 없으며, 자료 전부 공개하고 2차 파괴를 실행할 수 밖에"라면서 "왜 국민들 대피 안 시키나, 국민 여러분, 원전에서 빨리 피하세요"라고 경고했다.
 
24일 보안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로 원전반대그룹이 예고한 해킹을 통한 원전 파괴나 중단 등이 실제로 일어날지 여부에 대해 입장이 엇갈린다.
 
일부 보안 전문가들은 기밀 문서의 유출 등 기밀 문서에 대한 해킹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원전 중단이나 파괴와 같은 물리적 피해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상용 카이스트 차세대보안연구실장은 "원전반대그룹이 25일 예고한 원전 파괴를 실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라면서 "다만, 중요 문서를 또다시 유출시키는 등의 2차 해킹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상명 하우리 보안연구센터장도 "지금까지 악성코드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추가적으로 악성코드가 발견될 가능성은 적다"라면서 "또 다른 악성코드가 있다고 하더라도 한수원의 네트워크 망은 독립된 폐쇄망의 단방향 통신이기 때문에 망을 뚫고 들어가 원전을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공격은 한수원을 시스템을 해킹한 것이 아닌, 기밀 문서를 갖고 있던 한수원 직원의 개인 PC를 해킹했을 가능성과 내부자가 의도적으로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공격의 원인이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단하기는 힘들며, 원전 파괴나 중단과 같은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현재까지 한수원의 PC에서 발견된 악성코드는 기밀 문서를 유출시키는 역할은 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문서 유출을 가능케 했던 추가 악성코드 발견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전을 중단시킬 수 있을 만한, 아직 발견하지 못한 악성코드가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보안업계 전문가는 "이번 한수원 해킹은 지난 2010년에 있었던 이란 원전 가동 중지 사건처럼 가동을 멈추게 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지금 상황이 매우 심각하고, 어떤 사태가 벌이질지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악성코드 중에서 평상시에는 감지가 안되다가 실제로 악성행위를 시작했을 때 발견되는 악성코드가 있다. 한수원 시스템에 이러한 악성코드가 심어져 있다고 가정한다면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내부망과 외부망이 완전히 분리돼 있는 폐쇄망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도 모르게 일시적으로 두 망이 연결됐을 때 악성코드가 심어졌을 수도 있다.
 
직접적으로 원전 파괴 협박을 받은 원전 중 하나인 월성원전측에서는 원전에 대한 물리적 피해는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월성원자력본부 관계자는 "가동을 멈추게 하는 등 원전을 위험하게 하는 요소는 수동으로 제어하도록 만들어 놨기 때문에, 공격자들이 경고한 위험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수원은 서울 삼성동 본사 종합상황실에 비상 상황반을 꾸리고 24시간 비상대기태세에 돌입했다.
 
비상 상황반은 이날 저녁 6시부터 철야 근무에 들어갈 예정이며, 고리, 월성, 한빛, 한울 등 4개 본부 23개 원전에 문제 발생 시 긴급대응을 지휘할 예정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로비. ⓒNews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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