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 2라운드..원전지역 갑상선암 피해자 공동소송
2014-12-17 15:55:55 2014-12-17 15:55:56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살다가 암에 걸린 주민들이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대규모 소송을 냈다. 노후원전 재가동 반대를 잇는 탈핵운동이 시작됐다.
 
17일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와 경주환경운동연합,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위한공동행동 등 8개 탈핵운동 단체는 원전 주변지역에 사는 주민 1336명이 갑상선암 발병 피해를 당했다며 한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공동소송에 참가한 주민 중 실제 암 발병 피해자는 301명으로 고리 원전 191명, 월성 원전 46명, 한울 원전 30명, 한빛 원전 34명이다. 나머지는 암 발병 피해자의 가족이다.
 
환경운동연합 등이 암 발병 피해자를 분석한 결과, 가족 중 2명 이상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경우가 많았고 가구 수가 적은 마을에서 갑상선암 피해가 집중됐다.
 
특히 일부 마을에서는 '한 집 건너 한집에서 갑상선 암 환자가 있다'란 말이 나왔을 정도로 암 발병 피해가 심각한 상황으로, 암이 발병한 사실의 공개하길 꺼리거나 숨은 피해자까지 고려하면 실제 갑상선암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 대해 한수원이 원전의 방사성 물질과 주민의 건강피해 간 연관성을 부인하며 대책 마련을 미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리 원전은 원전에서 반경 10㎞ 이내에 사는 주민 중 179명이 갑상선암 환자다.
 
공동소송에 참여한 경주환경연합 측도 "2011년 기준 우리나라 갑상선암 환자가 총인구의 약 0.42%인데 원전 주변의 갑상선암 환자 비율은 1.61%"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소송에 참여한 주민들이 암 발병이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공동소송에 참여한 주민의 암 발병 숫자는 한해가 아니라 누적"이라며 "연도별 암발병과 주민 연령대 등을 고려해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수원은 지난 10월 고리 원전 근처에 사는 박모씨(여·48세)가 원전지역에 살다가 갑상선암에 걸렸다며 한수원에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하자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에 따라 공동소송은 원전 방사성 물질과 암 발병의 인과성을 누가 입증하고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주장하느냐가 승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원전에서는 나오는 방사성 물질 중 기체인 삼중수소와 노블가스는 필터를 통해서도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환경에 방출되고, 액체 방사성 물질은 온·배수와 함께 바다로 흘러가므로 법적 기준치 내의 방사선이라도 원전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방사성 물질에 정기적으로 노출되면 암발병이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환경단체의 이런 주장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서울대 역학조사 결과 갑상선암이 원전의 방사선과 무관한 것으로 결론났다"며 "원전지역에 사는 여성만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고 갑상선암이 아닌 다른 암은 발병률이 낮으며 갑상선암 발병률이 원전지역 거주기간과 비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고리 원전지역 주민인 박모씨가 낸 소송에 대해서도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박씨의 갑상선암 피해에 대해서는 인정했으나 대장암에 걸린 남편과 발달장애를 겪는 아들의 피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한수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어디에 살든지 모든 사람들은 자연에 있는 방사성물질에 의해 연간 평균 3m㏜(밀리시버트) 정도의 방사선에 피폭되지만 원전에 의한 방사선량은 그보다 훨씬 낮다"며 "원전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갑상선암 발병률도 낮다"고 덧붙였다.
 
◇고리 원자력발전소 1·2호기 전경(사진=뉴스토마토)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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