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박 경정 '미행설' 박지만 등에 업으려 조작"
박 회장 "사실 확인해달라" 요청에 "정윤회가 미행"
박 회장, 청와대에 자료제출 하려 하자 '적극 만류'
2015-01-05 15:39:59 2015-01-05 15:54:02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수사 착수의 첫 단추는 아니었지만 이번 '정윤회 문건' 사건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사건이 이른바 '박지만 미행설'이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과 같이 '박지만 미행설'도 박관천 경정이 만들어 낸 허위의 사실로 결론 냈다.
 
그러나 '정윤회 문건'은 '증권가 지라시'라는 소스가 있었지만 '박지만 미행설'은 박 경정의 순수 창작품으로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박지만 미행설'의 주요 내용은 작성 동기부터 아예 정윤회씨와 박 회장을 대결구도로 정해 놓고 있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실 비서관, 박지만 EG회장, 박관천 경정(왼쪽부터)ⓒNews1
 
검찰에 따르면, 박지만 EG회장은 2013년 말 지인 김모씨로부터 정씨가 자신을 미행한다는 취지의 말을 전해 듣고 측근을 통해 박 경정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도록 요청했다.
 
이후 박 경정은 "정윤회의 사주를 받은 남양주 카페 운영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미행한다"는 내용을 박 회장에게 보고했다.
 
이를 사실로 믿은 박 회장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화해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동시에 자신이 미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석에서 친한 지인들에게 말했다가 이들 중 한 명이 시사저널측에 알려 지난해 3월 이른바 '박지만 미행설'이 처음 보도됐다.
 
시사저널 보도가 있은 뒤 김 실장은 박 회장에게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요구했고 박 회장은 지인을 통해 박 경정에게 자료를 요청했다.
 
이에 박 경정은 '회장님 미행관련 件'이라는 제목의 4쪽 분량 문건을 제출했으며 문건에는 "2013년 10월 열린 청와대 핵심보좌관 모임에서 박지만이 VIP(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드릴 경우 비서관들에 대한 VIP의 신임이 떨어질 우려가 제기되자, 정윤회가 만약을 대비해 박지만의 약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서 박지만의 동향을 관찰하도록 지시했고, 이후 특이한 동향 보고가 미미하자 정윤회가 직접 나선 것으로 보여짐"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미행과정 확인 부분에서도 "남양주 소재 카페를 운영하는 재력가 B씨가 정윤회와 친분이 깊은데, B씨 아들은 남양주경찰서 정모 강력팀장과 술좌석에서 정윤회 지시로 박지만을 친구들과 오토바이로 몇 번 추적했는데 꼬리를 잡지 못했다, 정윤회가 약에 대한 정보를 달라는데 정팀장이 정보를 주면 정윤회에게 말해 도와주겠다고 말했음"이란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박 경정은 당시 박 회장이 이 문건을 청와대에 전달하려 하자 적극 만류했다. 이후 검찰 조사에서 박 경정은 스스로 작성한 허위 문서라고 진술했다.
 
문건에 등장하는 B씨와 B씨의 아들도 검찰 조사에서 정씨를 전혀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를 타거나 누군가를 미행한 사실도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일련의 과정을 종합하면 '박지만 미행설'은 근거 없이 생성·유포된 풍문에 불과하고 그 과정에서 박 경정이 미행설에 실체가 있는 것처럼 허위로 보고해 박 회장이 미행설에 확신을 갖게 했다고 결론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조 전 비서관이 박 경정을 통해 '정윤회 문건'을 포함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 17건을 지속적으로 박 회장의 지인을 통해 박 회장에게 전달한 점을 지적하면서 "조응천·박관천의 언론 인터뷰 내용 등을 종합하면 박 회장을 이용해 자신들의 역할 또는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추단"된다고 발표했다.
 
다시 말해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정씨를 끌어들여 미행설을 조작하고, 이를 사실로 믿게 하는 방법으로 박 회장을 등에 업으려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에게 '미행 문건' 작성을 지시했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박 회장에게 전달한 문건 6건은 박 회장 부부에 대한 관리 차원의 정보제공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법정 소송에서 이 부분을 두고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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