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명 Fintech)①급부상한 핀테크..노다지인가 거품인가
가장 치열한 접전지는 '전자결제 시장'..페이팔 등 해외서 이미 활성화
핀테크 글로벌 투자, 2013년 29억7천만 달러..5년간 두배 이상 성장
액티브X 사용비중 61.3%나 차지..신용카드 기반 결제시장도 걸림돌
2015-01-08 14:00:00 2015-01-08 15:46:54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금융당국은 핀테크(Fintech·정보기술을 활용한 금융) 육성을 올해 최우선 금융정책 과제로 결정하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권도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관련 상품 및 시스템을 준비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면서 열풍이 불고 있다. 심지어 금융혁명으로 불리면서 금융시스템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핀테크 열풍은 거품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핀테크 열풍의 허와 실을 진단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올해 금융권의 화두는 IT와 금융이 융합돼 금융혁신을 이끄는 '핀테크'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내 금융사들이 제시한 올해 경영목표 중 핀테크 육성이 빠진 곳을 찾아보기가 어려우며, 금융당국 역시 핀테크 산업의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전자결제시장 각축전..투자액 5년새 2배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단어로 모바일, SNS, 빅데이터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해 기존 금융기법과 차별화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기술을 의미한다.
 
핀테크의 사업영역은 ▲지급결제 ▲금융데이터 분석 ▲금융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각 사업영역에서 주도적인 핀테크 기업들이 속속 등장했다.
 
현재 핀테크 산업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전자결제시장이다. 상이한 각국 통화나 결제시스템의 차이에 구애 받지 않고 전 세계 개인고객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편리한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부상했다. 
 
글로벌 핀테크의 강자는 이베이의 페이팔(Paypal)이다.
 
페이팔은 1998년부터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 놓으면 매번 카드번호 등을 입력할 필요 없이 간단한 인증절차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간편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약 1억5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의 수많은 '해외 직구(직접구매)'족들은 페이팔을 이용해 결제하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돈을 송금할 수 있으며 공과금 납부 등 다양한 형태의 결제가 가능하다. 계좌로 현금을 충전하는 방식이 주로 이용되며 현재 알리페이 가입자 숫자는 8억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애플의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반 애플페이도 있다. 결제 정보를 애플 모바일지갑인 패스북에 저장하고 나서 단말기에 자사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갖다 대면 결제가 이뤄진다.
 
핀테크에는 지급결제 업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금융데이터분석사인 어펌은 회원이 온라인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신용카드가 아닌 본인의 신용으로 할부 구매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원의 공개된 데이터를 분석해 단 몇 초 만에 신용도를 평가하고 회원의 적정 할부 수수료를 산정한다.
 
금융소프트웨어 사업분야에서는 빌가드가 자체 개발한 예측 알고리즘을 활용해 신용카드 청구서 상 오청구 또는 수수료 과다 인출 등의 징우를 포착해 회원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바일 앱으로는 신용카드와 은행 계좌를 통합 관리할 수도 있다.
 
향후 핀테크 산업의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핀테크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금액은 2008년 9억2000만달러에서 2013년 29억7000만달러로 최근 5년새 두배 이상 성장했다. 사업영역별 투자비중을 보면 2008년 이후 지급결제 비중이 점차 축소되고 2013년에는 금융소프트웨어와 금융데이터분석 부문에 대한 투자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액티브X 등 국내 환경 특수성..파급효과 '글쎄'
 
반면 국내에서는 대형 정보통신기업들이 송급지급결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나 해외와 같은 핀테크 기업들의 서비스 상용화 실적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대형 이동통신사와 전자회사를 중심으로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지급결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외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핀테크 기업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국내 핀테크 산업의 성장이 부진한 이유가 법과 규정에 의한 사전 규제가 꼽히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국내 결제시장 환경의 특수성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먼저 액티브X(ActiveX) 사용 비중이 절대적인 국내 인터넷 환경 요인이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액티브X를 지원하지 않는 인터넷 브라우저나 보안기술을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의 기술 활용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기존 서비스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부터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이 폐지되는 등 개선되고는 있으나, 과거 인터넷 익스플러로 기반 보안정책 영향으로 여전히 액티브X 사용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기준 보안, 인증, 결제 등 금융서비스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부문의 액티브X 사용 비중이 전체의 61.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지급결제 시장에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신용카드도 넘어야 할 장벽이다. 소비지출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절대적인 우리나라에선 글로벌 성공 업체와 같은 선상의 기대치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명목 소비 지출(약 714조원) 대비 신용카드 일시불+할부 이용액 비중이 51.8%, 체크카드를 포함할 경우 65.5%이다. 이 때문에 비금융사의 지급·결제 시장 진입은 당초 우려 보다 파급효과가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훈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비금융사의 지급·결제는 아직까지 대부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모바일)에 제한되어 있다"며 "이마저도 사용 가능 가맹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지급·결제 수단 확산에 있어 '사용처 확대'는 중요한 요소다.
 
또한 알리페이, 텐페이 등의 급성장은 중국 내 신용카드 산업 기반이 매우 취약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시각도 있다며 "비금융사의 지급·결제 시장 진입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이나 국가별 산업 여건에 맞는 상황 해석과 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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