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회현도 우리은행 본점 사옥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시중은행들이 임금 단체협약협상(임단협)을 줄줄이 타결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000030) 노사는 아직 타결 시점조차 요원한 상태다.
이러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이 동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내부에서는 자리를 떠난 전임 이순우 행장과 이광구 현 행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임금인상률 2.0%로 임단협을 타결했다. 농협과 씨티은행, 지방은행 등 노사도 이달 중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말 사용자 단체와 금융노조가 임금을 총액 기준 2.0% 인상으로 합의한 이후 우리은행은 지금까지 개별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현재 우리은행 노조는 지난 2013년도 2.0%, 2014년도 2.8% 등을 합해 지난해보다 임금을 4.8% 더 올려달라고 사측에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경영이행약정(MOU)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보와 맺은 MOU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인당 영업이익, 총자산수익률(ROA), 영업이익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 등의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임금과 복지가 동결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13년에는 MOU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인상의 여지가 없고, 지난해도 전체적으로는 실적이 좋은데 판관비 부문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월부터 이광구 신임 행장과 노조위원장이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다"며 "3월이나 8월까지도 임단협이 끝나지 않은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수준의 임금 인상은 물론 임단협 타결조차 불투명하자 내부에서는 전임 이순우 행장과 현재 이광구 행장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예보와의 조율이 임단협 난항의 원인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은행장의 몸사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순우 전 행장은 임기 만료로 지난달 말 자리에서 물리나기 전까지 한 달 가량 노조와 임단협을 진행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마무리 짓지 못했다. 차기 행장을 뽑는 절차를 앞두고 돌연 연임 포기를 선언하면서 스스로 행장으로서의 입지를 좁혔다.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절반의 성공에 그쳤더라도 직원들을 위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임단협은 마무리 지었어야 한다"며 "퇴임 후에 무리한 임금 인상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임단협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이광구 현 행장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다. 전임 행장 재임기간의 실적을 바탕으로 임금 인상을 결정하는 만큼 현직 행장으로서 같은 부담을 떠안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관계자는 "취임한지 한 달이 안 됐는데 섣불리 임금을 올렸다가는 감사원으로부터 지적부터 받을 수 있다"며 "상반기에 비용을 줄이고 영업에만 올인하자는 내부 방침을 봤을 때는 임금 인상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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