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한국가스공사 사장 해임안을 두고 공공기관 개혁론이 재점화됐다.
13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6일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열고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는 장석효 가스공사 사장 해임을 논의하기 위해 산업부가 소집을 요청한 것으로 장 사장 해임도 결정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기업 부채감축을 핵심으로 한 공공개혁을 추진했으나 낙하산과 관피아 관행 등 근본적인 적폐는 개선되지 않은 모양새다. 정부는 오히려 장 사장의 해임안을 놓고 공공기관 정상화 성과가 어그러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검찰의 장석효 사장 비리혐의 기소→법원의 장 사장 구속영장 기각→가스공사 이사회의 장 사장 해임안 논의 후 부결→산업부의 장석효 사장 해임 추진으로 이어진 과정은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이 어느 정도인지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이에 박근혜 정부가 줄곧 강조한 공공기관 정상화가 전혀 약발도 없었을뿐 아니라 오히려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 방만경영만 조장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의 공공기관 방만경영은 정부가 공공기관을 마구잡이로 지정한 데서도 확인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 산하 공공기관은 부처의 필요에 따라 기재부 장관이 지정하는데 올해 1월 기준 정부의 공공기관은 모두 302개다.
◇공공기관의 유형분류(사진=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
하지만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
www.alio.go.kr)를 보면 2007년 공공기관 수는 298개, 2008년 305개로 8곳 늘었다가 2009년 297개로 다시 줄었고 2010년 284개, 2011년 286개, 2012년 286개, 2013년 295개로 그 수가 들쑥날쑥했다.
이러다 보니 정부가 일관된 공공기관 관리·감독을 추진하기도 어렵고 해마다 한국거래소와 산업은행, 국책연구원 등을 공공기관으로 지정 또는 해제하는 밥그릇 싸움에 더 열중한 탓에 공공기관의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지적이다.
한국행정학회 관계자는 "정부는 매년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을 새로 지정한다"며 "그러나 산업부 공공기관이 41곳, 미래창조과학부 기관이 38곳이나 될 만큼 부처별 밥그릇 챙기기가 먼저고 공기업 개혁을 위한 과제는 논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해마다 몇 차례씩 진행하는 공공기관 운영평가도 실효성 논란이 나온다.
지난해 정부는 기재부가 3차례나 공공기관 운영평가를 진행한 것을 포함해 부처별 정상화회의와 실적평가 등 분기별로 한번씩의 산하 기관 평가를 실시했다.
특히 기재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의 날 중간평가'를 보면 38개 방만경영 중점관리기관 중 37개 기관이 방만경영 개선계획을 100% 이행했고, 18개 부채 중점관리기관 가운데 16곳이 부채감축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발표됐다.
◇지난해 10월30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0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News1
그러나 이런 결과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내부에서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발전산업노조 관계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공공기관 정상화계획을 이행하지 않는 기관장은 해임을 건의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하며 정상화를 추진했다"며 "일부 공공기관은 경영평가를 의식해 노조에 정상화계획안 합의를 강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에 따르면 친박 낙하산이 기관장인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한국도로공사는 공공기관 정상화평가에서 우수점을 받았고 사장 해임안으로 소동을 겪은 가스공사도 부채감축에 성공했다며 기관장 해임 대상에서 빠졌다. 특히 최근 사장이 금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동서발전은 18개 부채 중점관리기관 중 실적 1위를 차지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가 공기업의 체질개선을 이끄지 못하는 것은 공공기관 평가를 수행하는 평가단 면면을 봐도 드러나는데, 정부는 지난해 염재호 고려대 교수를 단장으로 31명의 평가위원을 위촉했으나 대부분 회계·노무분야 출신으로 구성됐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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