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치에서 진행되는 스프링캠프 일정 참가를 위해 출국을 앞둔 한화이글스 선수들이 15일 새벽부터 김포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위해 대기 중이다. (사진=이준혁 기자)
[김포국제공항=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한화 이글스가 일찍 일어나는 독수리로 변신했다. 올해 비상을 꿈꾸는 한화 이글스는 비활동기간이 종료됨과 함께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비행기를 타고 해외 전지훈련을 떠났다. 도착과 함께 당일 저녁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김성근 감독 영입과 함께 3년 연속 리그 꼴찌라는 과거를 잊기 위한 치열한 생존 본능이다.
한화 이글스 선수단 1진은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올해 스프링캠프 1차 훈련지역인 일본의 고치로 떠났다.
이번 스프링캠프 참가 인원은 선수단만 살펴도 코치진 23명과 선수 58명을 포함해 무려 81명에 달한다. 그렇기에 이번 훈련은 고치시에서도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으로 장소를 나눠 진행된다.
◇이른 출국을 택한 한화 선수단
한화 선수단 1진이 한국을 떠난 시각은 8시(인천국제공항·KE787편)과 8시40분(김포국제공항·OZ1085편). 국내의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전지훈련 장소로 출발했다.
한화의 선수단과 지원 업무를 보는 프런트는 이러한 아침 일정을 맞추기 위해 전날부터 대전서 인천으로 올라와 숙박했다. 구단 입장에서 보면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한 처사.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호텔을 나온 시각은 새벽 4시30분. 호텔서 오랜 시간을 쉬지도 못하고 나온 것이다. 통상 항공기 출발 1시간30분 전에 수속을 모두 마쳐야 하는데, 짐이 적잖은 선수단이고 인천공항은 새벽의 공항 이용객이 많아 여유를 두고 조기에 나왔다. 자연스럽게 선수들과 프런트는 기상시각은 새벽 4시 전이 됐다.
기자가 김포국제공항서 마주친 선수들의 얼굴엔 기대가 넘치면서도 감추기 어려운 피곤함이 보였다. 통상 밤 경기에 익숙한 프로야구 선수기에 새벽의 기상은 더 힘들 수밖에 없다.
이같은 아침 이동에 대해 공항서 만난 한 선수는 "아침잠이 많아 알람을 여럿 맞춰 간신히 깼다"며 "전날 평소보다 훨씬 일찍 잤는데도 아무래도 피곤하다. 하지만 새벽 공기를 마시고 나니 괜찮다"고 말했다.
◇일본 고치에서 진행되는 스프링캠프 일정 참가를 위해 출국을 앞둔 한화이글스 코치들이 15일 새벽부터 김포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위해 대기 중이다. (사진=이준혁 기자)
◇이틀간 3개조로 나눠서 떠나는 한화 선수단, 이유는?
한화는 이번 스프링캠프 출발을 크게 3개조로 나눴다. 외국인 선수와 오키나와에서 재활 훈련을 하다가 고치로 오는 선수들을 포함하면 고치로 이동하는 선수들의 경로는 다양하다.
김포공항을 출발해서 하네다공항을 경유하고 고치공항에 가는 조에는 코칭스태프가 상당수 탔다. 김광수 수석코치도 김포공항을 통해서 일본을 향했다. 물론 야수를 중심으로 선수들도 적잖게 탔다.
반면 같은날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후쿠오카공항을 들렀다가 고치공항에 향하는 다른 조에는 코치진이 아닌 선수들이 다수다.
16일 인천공항을 떠나 고치와 동일한 시코쿠 섬의 마쓰야마공항으로 향할 조에는 김태균과 정근우, 조인성 등 기존의 주전 선수가 상당수 탄다. 마쓰야마공항에서는 버스를 타고 고치로 이동한다.
이처럼 3개조로 나눠서 가는 데에는 고치와 한국을 잇는 항공편이 전무한 것은 물론 시코쿠 섬을 모두 따져도 한국과의 국제선이 적기 때문이다. 마쓰야마는 아시아나항공이 인천공항서 주3회(화·금·일) 운항하는 도시다.
동시에 전제조건이 있었다. 15일 저녁 훈련이 가능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김성근 감독 의지다. 한화 관계자는 "김성근 감독님께서 직접 훈련일정을 짜셨다. 덕분에 많은 선수가 고치에 15일 가도록 해야 했다"고 말했다.
한화는 고치까지 향하는 일본 국내선 항공편을 구하는 데도 고생이 적잖았다. 마쓰야마로 가는 항공편이 15일엔 없는 상황에서 일본 내에서 고치까지 가는 국내선항공편 표를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동할 사람 수는 10개 구단 중 NC와 함께 매우 많을 정도로 적잖다. 한 번에 갈 만한 표를 구하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이같은 고민으로 도출된 절충안이 '3개조 이동'이다. 훈련이 더욱 많이 필요한 선수들이 15일 이동하고, 베테랑급 주전 선수는 16일 출국하며, 15일의 경우 표를 수배한 만큼 나눠 탑승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일정을 견인한 김성근 감독은 어떤 항공편을 이용해서 고치까지 갈까. 김 감독은 15일 오후 인천공항서 출발하는 후쿠오카행 비행기 등을 이용해 혼자 고치로 간다.
한화 관계자는 "애초 (김성근)감독님이 혼자 가고 싶다고 말해 따로 비행기를 타게 됐다"면서 "구단 직원이 배웅은 하나 비행기엔 혼자 오르신다. 함께 고치로 갈 인원은 없다"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 유니폼에 선수들의 사인을 받은 이재덕(16)군. 이 군은 부모님의 사전 허락을 득하고 전날 인천공항 근처로 올라와 인천공항 출국 선수들의 사인을 받고, 인천공항 출국 선수들이 수속을 받기 위해 출국장에 들어가자 40분 후에 떠나는 김포공항으로 곧장 이동해 김포공항 출국 선수들의 사인을 받는 열성을 보였다. 이날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엔 일본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둔 선수들을 보려 공항에 나온 한화 팬들이 적잖았다. 하위권을 전전해도 응원이 계속 이어진 팬들의 기대가 올해 결과로 발현될지 기대된다. (사진=이준혁 기자)
◇스프링캠프를 통해 풀어야할 과제 '너무 많다'
최근 5년간 4차례 꼴찌 수모를 당한 한화는 이번 겨울에 대규모 체질개선을 꾀했다.
인적개선이 시작이었다. 김 감독 영입을 시작으로 자유계약선수(FA) 권혁, 송은범, 배영수의 영입이 이어졌다. 김 감독 영입에 따라 자연스레 우수한 코치진이 연신 한화에 들어왔다.
마무리 훈련에서는 그동안 한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강훈련이 이어졌다. 김태균, 정근우, 조인성 등의 스타급 선수들이 온몸에 흙투성이가 되도록 훈련하는 사진이 연신 보고됐고, 이는 곧바로 많은 야구팬의 화제로 올라섰다.
하지만 김 감독은 아직 걱정이 많다. 걱정 종류에 대해 일일이 말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스프링캠프 출발 당일 저녁시각에 훈련을 하게 된 최대 동기다.
가장 대표적인 걱정은 소속 선수들의 다수가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 사실이다. 선수들의 기량도 좋지 않은데 그중 쓸만한 선수들의 상태가 나쁜 것이다.
특히 주전 선수가 다수 아프다. 덕분에 최진행, 이용규, 유창식, 윤규진, 박정진, 송광민, 이태양, 한상훈 등은 고치 캠프에 합류하지 못하고 일단 오키나와에서 재활 훈련을 한다. 김 감독의 강훈련을 따라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때문에 이번 훈련에서 이들을 뒷받침할 선수를 키우려 생각한다. 코치진 23명과 선수 58명을 포함해 대규모의 선수단을 꾸려 스프링캠프를 하는 이유며, 또한 '지옥훈련'이라고 불릴 정도로 연일 강훈련을 하는 이유다.
훈련은 고치와 오키나와를 포함해 48일간 진행된다. SK 감독을 맡던 시절에도 매년 스프링캠프를 통해 원석을 잘 다듬은 김 감독이 SK에 비해 선수단의 기량이 약한 한화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할까. 48일동안 진행될 다이아몬드 가공이 시작됐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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