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공급을 확대했지만 이른바 '유로존'의 신용경색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은행경제연구소는 17일 '최근 유로존 경제동향 및 ECB의 양적완화정책 시행 전망' 보고서에서 "ECB의 유동성 공급확대로 유로존의 단기금융시장은 안정됐지만 가계와 기업을 향한 자금흐름은 여전히 경색돼있다"고 지적했다.
ECB는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나 인하하며 금리를 1.25%로 낮췄고, 장기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왔다. 이에 따라 유리보금리(유로존 은행 간 대출금리) 3개월물은 지난해 9월 5.2%에서 올 4월 현재 1.4%로 다소 안정됐다. 초단기금리인 EONIA도 같은 기간 4.1%에서 0.8%로 하락했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대출조건을 강화하고 경기침체가 심화되며 유로존의 통화공급 증가율은 오히려 하락했다는 게 산은연구소의 분석이다.
금융기관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증가율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실제로 총유동성(M3) 증가율은 지난 2007년말 11.5%에서 올 2월말 5.9%로 급락했다. 가계대출 증가율 역시 주택구입자금 대출이 감소하며 같은 기간 6.2%에서 0.7%로 감소했다. 또 기업대출 금리 하락에도 기업대출 증가율 역시 14.4%에서 7.6%로 급감했다.
이와 함께 산은연구소는 유로존은 금융위기 확산에 따른 대외수요 감소와 주택시장 부진으로 최악의 경기침체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6%를 기록하며 1995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다. 또 2008년 12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1.7% 감소하는 등 감소폭이 확대됐고, 2월 실업률은 8.5%로 2006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는 데다 실업률 증가 등으로 임금, 가격하락 압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산은연구소의 설명이다.
산은연구소는 유로존의 경기침체 심화, 디플레이션 우려 확산, 실물 부문에 대한 자금 순환 정체 등으로 ECB의 양적완화정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ECB는 유로존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주로 은행대출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해 은행권에 대한 유동성 공급 확대에 주력했지만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산은연구소는 ECB가 기업어음(CP)와 회사채 매입 형태의 양적완화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용하 산은 경제연구소 구미경제팀장은 "실물부문으로의 직접적인 유동성 유입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유로존의 회사채 시장 규모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작아 회사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정책 시행의 효과에 대한 논란은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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