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 신문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치적 성향이 '보수냐 진보냐'에 따라 사회적 갈등이 '심하다'는 의견이 90%에 육박했다.
사회가 양극화될수록 이른바 '표현의 자유'는 그 갈등의 도화선이 될 소지가 많다. 문제는 누군가가 입장을 표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표현하려는 그 내용의 ‘비인간성’이 보일 때에 나타난다.
비인간성이란 말은 그들이 내건 기치에 인류 보편의 가치가 결여됐음을 내포한다. 일베의 '폭식 퍼포먼스'나 서북청년단 재건 움직임 등에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다. 그런 이유로 일베에 대한 제재나 심지어 강제 폐지에 대한 의견도 제시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란 건 짐작 가능하다.
그렇다고 하여 그들을 비판하는 자들이 폭력으로써 소위 '소탕작전'을 펼칠 수는 더더욱 없다. 아무리 인간성을 상실한 집단에 대해서라도 말이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며, ‘비인간성’을 비난하며 비인간적 수단인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한나 아렌트는 정치의 본질로서 '인간의 복수성'과 '언어작용'을 말했다. 즉, 인간은 단일한 개체가 아닌 각자의 각기 다른 개성을 표출하는 '복수'로 존재하며, 이 다양한 개성들은 '언어', 즉 대화를 통해 의사소통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라면 기본적으로 갈등과 다름은 대화와 설득으로 풀어야 한다.
이는 선택적 적용 사항이 아니다. 심지어 우리 현실 속에서 '일베'와 같이, 하나의 정치적 입장이라 하기엔 그 논리가 매우 빈약하며, 최소한의 인간성을 상실한 집단에도 적용되고 있듯이 말이다.
만에 하나 누군가 일베 회원들의 집회 현장에 뛰어들어 '소탕작전'을 실현했다고 하자. 일베를 비판했던 사람들은 그의 헌신에 박수를 보낼까? 물론 소탕의 결과 자체엔 내심 기뻐할는지도 모르지만, 그 수단의 정당성과 적절성에 손을 들어줄 이는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이런 방식으로 그들이 사라지길 바라는 비판자들 역시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며, 인간성에 대한 지향이다.
며칠 전 프랑스의 풍자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무슬림들에 의해 공격당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슬림을 모욕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들의 만평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을 가한다. 일면 일리 있다. 이전에도 무슬림에 대한 풍자로 방화 테러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그들이 자국 대통령도, 김정은도, 교황도 '깠다'는 점이다. 심지어 샤를리 엡도의 최신호 커버스토리는 '이슬람 혐오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그들이 인종차별주의자라든가 편협한 종교적 시각을 가진 자들이 아니라는 사실은, 그들이 표현에 우리의 '심정적 불편함'이 수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다시 말해 그들의 풍자를 지칭할 때 '표현의 자유'라는 단어가 목젖을 넘기기가 한층 수월해진다.
하물며 일베조차도 민주사회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과 의견 중 하나로서 받아들여지거늘, '누가 총알을 맞든' 문제가 보이는 곳이라면 전 세계를 향해 전 방위적 풍자를 행하는 샤를리 엡도의 이슬람 풍자에만 유독 '신성모독'으로써 살인 동기가 정당화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신성모독이다.
꾸란 제 2장 191절엔 "...그들이 하람사원에서 너희들을 살해하지 않는 한 그들을 살해하지 말라..."하였고 제 7장 199절엔 "관용을 베풀고 사랑을 베풀되 우매한 자들을 멀리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종교의 어떤 교리든 간에 우리가 인식 가능한 신은 공통적으로 '인간됨을 실천하라'고 이른다. 따라서 그들이 버린 것은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그 이전의 인간성이다.
설사 그 만평을 두고 표현의 자유라 분명히 말하기 어렵다 해도, 인간성은 만평이 표현의 자유로서 인정되느냐 마느냐 따위의 논쟁보다 앞선다. 표현의 자유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충분조건이기에, 표현의 자유 이전에 인간이 있다. 신성모독 혹은 표현의 비(比)자유를 운운하며 저지른 테러는 그래서 지탄받아 마땅하다.
◇JTBC 뉴스 캡쳐(자료=바람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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