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국토교통부가 공공도, 민간도 아닌 애매모호한 개념의 민간건설공공임대주택을 없애기로 했다. 공공이 지은 임대주택과 민간이 지은 임대주택을 명확히 구분키로 했다.
기업형 민간임대사업 육성에 따라 민간공급자 부도로 인한 대규모 세입자 피해를 정부가 떠안아야하는 재정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21일 "기업형 민간임대사업 육성에 따라 더이상 민간건설공공임대을 짓지 않을 것이며, 부도 임대주택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은 더이상 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이를 위한 관련법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부도 민간건설공공임대아파트를 매입한 것은 공공이라는 이름이 붙어서 그런 것으로 모든 임대주택을 매입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공공임대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공공만 건설할거다. 더이상 민간건설공공임대주택이라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민간건설공공임대는 원칙적으로 민간 임대주택이지만 공공 임대주택에 준하는 보호를 받고 있다.
민간건설공공임대는 주택기금의 융자를 받거나 공공택지 중 임대주택용지에 지어진 임대주택을 말한다. 임대의무기간 5년 또는 10년, 입주자격, 초기임대료, 분양전환가격 등에 있어 LH 등 공공이 건설하는 임대주택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지만 민간임대아파트다.
원칙적으로 민간이 지은 임대아파트로, 사업자와 세입자의 계약에 의해 개인간의 권리와 의무, 책임 소재가 가려진다. 임대차계약에서 세입자는 확정일자와 전입신고, 등기 등의 장치를 통해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 임대인 부도 등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임대인의 재정여건도 고려 대상이 된다.
책임소재와 피해보상 범위는 계약법, 임대차보호법 등 관련법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임대주택 고의부도 사태로 정부는 세입자 보호를 위해 개인간의 계약에 직접 개입하게 됐다.
1990년대 후반 정부는 내수진작과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대규모 임대아파트 공급정책을 추진했다. 민간의 임대아파트 공급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막대한 기금을 임대사업자에게 지원됐다.
이 당시 지어진 임대아파트의 상당수가 2000년대 중반 고의부도 사업장으로 속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영세한 건설업자들은 기금을 빌려 임대아파트를 짓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받은 뒤 기금이나 이자를 고의로 갚지 않고 부도를 낸 것이다.
민간임대 아파트지만 정부가 제공한 공공임대 아파트로 인식한 세입자들은 확정일자, 전입신고 등의 보호장치를 갖추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수십만명의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날리고,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하자 정부와 정치권은 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 LH가 부도임대아파트를 매수하게 했다.
이 법이 제정된 2007년 4월20일 이전에 발생한 부도임대주택에 한해 적용됐지만, 2013년 5월22일 이전 발생 사례까지 한시적으로 연장 적용되고 있다.
지난 13일 국토부가 올해 역점 사업으로 발표한 기업형 임대주택사업 육성책인 '뉴스테이'는임대시장에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구분해야 하는 계기가 됐다. 주택기금 지원을 받은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자의 대량 생산은 부도에 따른 정부의 재정 부담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기업형 임대주택사업자는 분양전환 의무와 임차인 자격, 초기 임대료, 임대주택 담보권 설정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기존에 비해 공공성이 확연하게 줄어들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건설 공공임대주택 부도로 집단적인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원칙을 벗어나서 정부가 매입해 준 것이다"며 "고의부도를 낸 사업자와 LH임대주택에 영구정착하려는 세입자의 도덕적 헤이로 인해 너무 과도한 재정부담이 유발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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