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직장인들에게 '13월의 월급'인 연말정산이 세법 정책의 변화에 따라 '13월의 세금 폭탄'으로 될 수 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자 여당과 정부가 연말정산 공제항목을 재조정해 올해 분부터 소급적용키로 했다.
여당은 21일 성난 민심으로 내년 총선에서 표를 잃을까 전전긍긍하며 허둥지둥 당정회의를 열고 보완책을 마련, 올해분부터 소급적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지난 20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부랴부랴 연말정산 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간이세액표 개정과 분납 방안 등 보완책을 내놨지만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비판에 소급적용 방안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정부가 내놓은 보완책들은 실질적인 해결책이 아닌 조삼모사에 그치고 혼란만 더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납세자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획재정부)
◇정부, 허둥지둥 보완책 마련..'조삼모사' 비판
연말정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연말정산 시행과정에서 고칠 점이 있으면 앞으로 보완·발전시킬 것"이라고 성난 민심을 달랬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도 이날 예정에도 없던 긴급 브리핑을 열고 "올해는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돼 연말정산을 한 첫 해인 만큼 개별적인 세부담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 간이세액표 개정, 분납 등 보완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최경환 부총리는 그 다음날인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연말정산으로 심려끼쳐 송구스럽다"면서 "올해 3월까지 연말정산이 완료되면 세부담이 적정화되도록 공제항목 및 공제수준을 조정하는 등 자녀수·노후대비 등을 감안한 세제개편 방안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보완책으로 내놓은 간이세액표 개정과 분납 등의 보완 대책은 '조삼모사'라는 지적이 빗발쳤다.
간이세액표 개정의 경우, '매달 세금을 적게 걷어서 적게 환급' 받도록 한 현재의 방식이 아닌 '많이 내고 많이 받는' 방향이어서 조삼모사에 그친다. 분할납부 역시 근로자들이 내는 세금을 먼저 다 내느냐 아니면 나눠서 내느냐에 문제여서 실질적인 보완책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수십년간 유지한 조세체계였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너무 급하게 바꾸면서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면서 "당장 대책을 내놓기 이전에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당정, 연말정산 보완책 긴급회의..'소급적용' 검토
정치권에서는 연말정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21일 긴급 당정협의를 열고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21일 정부와 새누리당에 따르면 연말정산에 대한 보완책으로 연말정산 공제 항목을 재조정해 오는 2월 중 관련 세법을 개정하고, 이를 올해 연말정산(2014년 귀속분)에 소급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절차상으로는 새누리당 의원 입법으로 소득세법 등 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뒤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중요한 것은 연말정산 정책설계를 잘못해서 생긴 문제인만큼 당정회의에서 올해 해당하는 부분부터 시정하겠다는 확증을 받아야 한다"면서 소급 적용을 적극 검토할 뜻을 밝혔다.
최경환 부총리도 "현행법에 따르면 환급을 해주는 부분에 난점이 있다"고 난색을 밝히면서도 "입법적 조치가 전제가 된다면 연말정산 결과를 면밀하게 분석해 환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말정산에 대한 보완책인 '소급적용'이 혼란만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홍기용 한국세무학회장은 "법리적으로 납세자에게 유리하면 소급적용이 가능하지만, 납세자에게 나쁜 신호를 주고 법적 안정성을 깨뜨릴 수 있다"며 "소급적용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도 "세법을 조각조각 개정하면 안 그래도 누더기 같은 연말정산이 더 누더기가 될 우려가 있다"면서 "연말정산이 끝난 뒤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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