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2008년 조선업 호황기 대비 국내 중소 조선사들의 약 80%가 시장에서 퇴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신규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대형 조선사와 마찬가지지만, 가격 경쟁력과 수주 선종 면에서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수 인력들의 이직률이 높고 인재 육성을 위한 시간과 자금이 부족한 탓에 기술력 향상을 통한 차별화 전략도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22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중국 조선산업 및 국내 중소 조선산업 경쟁력 현황’에 따르면, 현재 정상적인 영업과 조업을 하고 있는 국내 중소 조선사는 6곳뿐이다. 이는 7년 전 조선 호황기 27곳에 비해 77.8% 급감한 수준이다. 오랜 기간 조선업 침체기를 겪으면서 대부분 폐업, 업종 전환, 청산 등의 형태로 시장에서 사라졌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국내 7대 대형조선사를 제외하고 약 1만톤 전후의 강선 화물선을 건조하는 조선사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다. 수주금액 기준 전 세계 10대 조선사에 포진한 국내 대형 조선사들을 제외하면 중소 조선 시장은 사실상 붕괴됐다는 평가다.
국내 중소 조선소들은 대부분 대형조선소들이 집중적으로 위치한 부산 경남 일대와 전남 지역에 밀집해 있어 관련 기자재 산업의 지원 등 입지적 측면에서는 중국보다 유리하지만, 기자재 단가 면에서 중소 조선소들이 불리하고 물류비용도 높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서남권 조선소들의 경우 경남에 집중돼 있는 기자재단지로부터의 물류비가 1~2%의 원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조선사의 지속 발전을 위한 대안으로 R&D를 통한 차별화 전략이 첫 손에 꼽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대형조선소와 제휴를 맺고 대형사의 설비를 이용해 자체적인 선형을 개발하는 조선소도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해당되며 R&D 인력을 자체 보유하고 있는 곳도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자료=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신규 채용에도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중소 조선사들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우수 인력을 어렵게 모집해도 대형사로의 이직률이 높아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힘들다고 토로한다. 여기에는 대형사들 간의 설계 인력 유치 경쟁도 한몫 했다.
아울러 조선소들 간의 협업 체계나 국가적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 부족해 R&D 기능이 각 사별로 각각 진행돼야 한다는 점도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일본의 경우 조선소들이 공동으로 연구비를 출자하고 협회가 전문연구소, 대학, 엔지니어링사 등과 선형을 개발하는 공동개발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중소 조선소들이 자체 R&D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생존하는 비결 중 하나다. 중국도 전문 엔지니어링사가 개발을 주도해 중국 조선소들에게 설계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특히 영업부문은 국내 중소 조선소들이 중국 조선소에 비해 가장 취약한 부문으로 꼽힌다. 중국의 경우 국영 기업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중소형 선박의 영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 중소 조선사들은 자체 영업조직이 부족해 주로 대행업체(브로커)들에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해외 영업 조직이 열악한 수준이라 글로벌 선주와의 접촉 자체도 어렵다. 영업정보를 수집하고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해외 현지 네트워크가 필수적이지만 국내 중소 조선소들의 여건상 이러한 활동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지역적으로 밀집돼 있는 조선소들의 특성을 이용해 지역별 공동구매와 공동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고 영업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대형 조선소의 영업경력자 등 관련 전문성이 있는 인력으로 구성된 공동조직을 통해 브로커와 선주 등 해외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등 조직적 영업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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