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C는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현대중공업 주식 약 401만4000주를 취득했다.
이로써 KCC는 정몽준 전 의원(지분율 10.15%),
현대미포조선(010620)(7.98%) 등의 뒤를 이어 현대중공업의 대주주로 올라섰다.
KCC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지분 매입은 지난해 11월20일 현대중공업 지분 3000억원어치를 현금 매입하겠다고 공시한 내용에 따른 것이며, 주식거래는 모두 장내에서 이뤄졌다.
다만 총 매입 규모는 매입 의사를 밝힌 뒤 주가 동향을 살펴봤을 때 당초 예고된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정몽준 전 의원이 정몽진 KCC 회장의 사촌형이라는 점에서 이번의 지분 매입은 범현대가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KCC의 지분 매입 후에도 대주주들의 지분은 전혀 변동이 없다는 점에서 KCC의 현대중공업 지분 취득은 순수한 투자로만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따라서 관심은 삼성지배구조 이슈에 대박을 터뜨린 KCC가 현대중공업 투자에서도 성공할 지 여부다.
KCC는 지난 2011년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지분 17%를 총 7739억원에 사들였다. 하지만 KCC의 지분가치는 제일모직이 상장하면서 최근 1조7000억원 정도로 크게 올랐다.
KCC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대중공업 지분 취득가격은 주당 약 9만5000원으로 대략 10만~11만원 선에서 나머지 지분 취득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KCC는 현대중공업의 주가가 그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게 되는데 현재 보유 주식(약 401만4000주)에서 주당 1만원의 시세 차익만 남겨도 약 401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현대중공업 주가 향방을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3분기 약 3조380억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시현하는 등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영업환경이 악화돼 있고 최근에는 구조조정의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난해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도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주가는 매우 저평가 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 주가는 쉽게 회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올해 주력부문의 경영 정상화, 사업구조 효율화, 수주 경쟁력 강화 등의 과정을 예상한다"며 "현재 주가가 저평가 상태란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고통스럽지만 필수적인 체질 개선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여전히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주가 회복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PBR이 0.4배로 절대 저평가 상태여서 단기반등 가능성은 존재하나 박스권 이상의 흐름은 만들지 못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투자 관점으로는 KCC의 지분 매입 시기는 적절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증권업 관계자는 "KCC가 대규모 지분을 매입한 것은 상당히 긴 호흡으로 투자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대중공업 실적은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주가는 이미 실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매수 시점을 잡은 것은 나쁘지 않은 투자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1년 만에 주가는 반토막이 났고 그 배경은 단연 업황과 실적의 부진을 꼽을 수 있다"며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중공업은 수주금액 단위가 크기 때문에 수주만 활발하게 진행된다면 실적과 주가의 회복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지난달 30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 노조사무실 앞에서 열린 4차 부분파업 집회에서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KCC가 대규모 매입한 현대중공업의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과 더불어 최근 당면한 구조조정 이슈를 잘 해야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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