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장, 어떤 자리길래
2015-02-04 17:30:31 2015-02-04 17:30:31
[뉴스토마토 임효정·정기종기자]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가 과열을 넘어 혼탁 양상을 띠고 있다. 돈이 오갔다는 내부 증언까지 제기됐다. 명백한 불법선거다. 검찰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중기중앙회는 경제 5단체 중 하나로, 전국 335만 중소기업을 대표하기에 사회적 영향력이 막강하다. 수장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국회, 재계 고위 관계자들을 두루 만나며 정책 논의를 진행한다. 한 해 집행하는 사업비만 500억원이 넘는다. 예산은 1조4000억원 수준. 이 정도면 '중기(中企) 대통령'이다.
 
또 산하에 20개의 단체와 900개의 조합을 두고 있어 이권에 대한 유혹도 강하다. 경제민주화 흐름 속에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과 상생이 화두로 자리하면서 역할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중소기업에 대한 확실한 신념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선거 시작부터 '진흙탕'
 
이번 선거는 유례없이 8명에 달하는 예비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초반부터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지난해 12월 예비 후보자 3명이 유권자들에게 접대 행위를 하다 발각돼 경고 처분을 받는가 하면, 지난달 12일 예비후보 중 1명인 박주봉 한국철강구조물조합 이사장이 온라인 추천 시스템이 비밀선거 원칙에 위배된다며 이의를 제기, 논란이 일었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8명의 후보가 합의할 경우 열람을 제한할 방침이었지만 8명 중  4명이 동의하지 않아 열람이 가능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같은 날 예비후보 한상헌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과열과 혼탁, 흑색비방선거를 넘어 돈선거까지 우려된다며 현 상황에 대한 개탄과 함께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21일에는 박주봉 이사장을 비롯한 5명의 예비후보가 현 김기문 회장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며 이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여는 등 편파 선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중기중앙회장 선거를 둘러싼 잡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열된 경쟁 속에 상호비방은 물론 유권자에게 향응을 제공하며 돈선거로 번지기도 했다. 지난 2004년 회장 선거에서는 금품 및 향응 제공 등의 불법선거 혐의로 당시 김용구 중기중앙회장을 비롯한 후보자 6명과 관계자 50여명 등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특히 지난 2010년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앙회 정관 개정을 단행해 내분이 일었다. 현 집행부에 유리한 정관 개정으로 김기문 회장의 연임을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의혹이 즉각 제기됐다. 김 회장은 지난 2007년 23대 회장직에 오른 뒤 연임 중이다.
 
당시 논란이 된 개정 조항은 회장에 입후보하려는 회원이 정회원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의 회원들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한다는 것과 중복추천 무효처리 등이다. 한 회원은 "중복추천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재임 중인 회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쉽게 다른 후보를 추천하기는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발한 고종환 한국제유공업협동조합 이사장(당시 회장 후보)등 중앙회원 3명이 정관 변경안의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했지만 당시 법원은 중앙회의 손을 들어줬다.
 
◇경제민주화에 중기중앙회장 위상 '천정부지'
 
ⓒNews1
 
중기중앙회장 선거의 이 같은 과열 양상은 여타 경제단체장들이 업무 부담 등을 이유로 자리를 꺼려하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중기중앙회장이 누릴 수 있는 직간접 혜택에 눈이 멀어 이전투구를 벌이면서까지 회장에 오르려고 한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한목소리다.
 
월 1000만원 가량의 대외활동 수당과 고급 대형세단 등을 지원받지만 비상근직으로 별도 급여는 없다. 대신 위상은 막강하다. 마땅한 견제기구도 없어 회장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끝이 없다.
 
중기중앙회장은 경제 5단체장 중 하나이자, 전국 335만 중소기업의 대표로서 정회원 조합에 대한 감사권을 가진다. 또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 겸임은 물론 출국시 부총리에 준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말 그대로 '특급' 대우다. 특히 총 11명의 역대 회장들 중 7명이 도의회와 국회에 진출하는 등 정치권 입문을 위한 코스로도 활용됐다.  
 
김기문 회장이 재직한 8년간 중기중앙회의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김 회장 취임 이전 300곳이었던 중소기업 회원 수는 현재 500곳을 넘어섰다. 또 노란우산공제, 중소기업전용 홈쇼핑, 중소기업 DMC타워 건립 등 성과도 이뤄냈다.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각종 경제회의 등에 참석하는 등 달라진 위상을 뽐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10년 전과 비교도 못할 만큼 (중기중앙회의) 위상이 높아졌다"며 "높아진 위상 때문에 자리 싸움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가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켰지만 정작 혜택과 이권은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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