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금융위원회가 앞으로 '코치'가 아닌 '심판'의 역할을 맡도록 하겠다. 선수(업계)들이 공정한 룰에 따라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심판의 기능. 규제를 재정비해 '자율과 경쟁'이 금융의 원칙이자 틀이 되도록 만들 것"(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
"사사건건 개입하는 담임선생님 역할은 안 하겠다. 그간의 감독 관행으로 인해서 금융사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도록 시각의 변화와 실천 계획을 추구하겠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금융당국에 '자율' 열풍이 불고있다. 새로운 수장을 맞게 될 금융위원회, 취임 100일을 맞은 금융감독원의 수장 모두 '시장 자율'을 강조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왼쪽)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News1
이정도면 금융업계는 두팔벌려 반길만도 하지만 분위기는 '기대반 우려반'이다.
일부에서는 취임 일성으로 업계에 대한 '인사치레'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역대 어느누구도 시작부터 '관치(官治)'를 하겠다며 엄포를 놓은 수장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틀린 해석도 아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당국에서 자율을 강조하지만 항상 자율 뒤에는 크나큰 책임이 따른다"며 "이미 저축은행 사태로 홍역을 겪은 바 있고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일침했다.
'자율'을 강조하는 뒷배경 뿐만아니라 임기내내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임종룡 내정자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컸다.
전직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임 내정자는 이미 규제개혁을 해야 할 수십가지 항목들이 이미 본인이 실무자 시절부터 논의돼 왔던 것임을 누구보다 명확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만큼 규제의 '틀'을 정비하는 게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금융규제는 먹이사슬로 엮여있어 이해집단의 저항도 큰편이다. 더욱 정치권 뿐만아니라 공무원 조직의 눈치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1년 6개월간의 금융회사에 몸담았다가 다시 금융당국 수장으로 돌아온 데 대해 미국 전(前) 재무장관인 로버트 루빈에 비유하기도 한다.
로버트 루빈은 골드만 삭스에서 일하며 회장을 역임한 후 1993년부터 1995년까지 백악관 경제정책 보좌관,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재무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한 관계자는 "임 내정자가 로버트 루빈처럼 뼛속까지 '민간 금융인'의 피가 흐르는 인물은 아니지만 관료의 입장에서 금융사를 이해하며 규제완화를 외치던 시각과 직접 민간회사를 이끌고 난 후의 규제개혁의 의지는 분명 다를 것"이라며 "임기내에 뭔가를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관치금융에 멍든 한국 금융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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