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박근혜 정부가 애국심 향상을 목적으로 태극기 달기를 독려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27일 동대문구 청량리역 광장에서는 3,1절 기념 무료 태극기 나눠주기 행사가 열렸다. 새마을 운동 회원 약 50여명이 지나가는 시민들과 차량들에 태극기를 나눠줬다.
하지만 태극기 나눠주기 행사에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새마을 운동 회원들이 태극기를 내밀어도 거절하거나 무시하고 지나가는 시민들이 많았다.
호응이 예상보다 없자 한 새마을운동 남성 회원은 "태극기를 공짜로 줘도 왜 받지를 않는 거냐"며 짜증을 낼 정도였다.
시민들이 태극기를 받지 않은 이유 중에는 정부가 애국심을 위해 태극기를 노골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도 있었다.
태극기를 받지 않고 지나친 한 중년 여성은 "태극기를 나눠주는게 무슨 효과가 있겠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태극기를 받은 한 학생도 "태극기를 왜 나눠주는지 모르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27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광장에서 새마을운동회 회원이 태극기를 주려고 하자 한 시민이 거절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27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광장에서 시민들이 태극기를 나눠주는 새마을운동회 회원들을 피해가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이번 행사는 오전 9시50분경에 시작해 10시 40분에 끝났다. 50명이 무료 태극기 1000개를 나눠주는데 약 50분이 걸렸다.
이 행사는 동대문구청의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 중 하나였다. 서울 자치구들은 정부가 만든 '전 국민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 추진계획'에 맞춰 시민들에게 태극기 달기를 홍보하고 있다.
정부 계획에는 시민, 단체, 기업들에게 태극기 달기 행사를 지원받고, 언론·SNS 등을 통해 태극기 달기를 홍보할 것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건물에 태극기 설치 장소를 반드시 만들도록 하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이 계획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반발이 심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유신 회귀'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쓰고 있다.
한 네티즌은 "애국심은 좋지만 자유주의 국가에서 태극기 걸기를 강요하는 것 자체가 어디서 나온 발상인지 모르겠다"는 글을 올려 많은 호응을 받았다.
"서민들의 아픔을 이해해주고 다독여 달라. 그러면 애국심 금방 고취 될 것" 이라는 또 다른 네티즌의 의견에도 공감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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