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이충희·이종용·원수경기자]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사진)의 연임이 좌절됐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고 사장의 교체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임은 청와대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으로, 내부보다는 외부 출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3일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사장 인선과 관련해 "교체는 맞다"면서 "(후임자는)외부에서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도 기존 방식대로"라며 "대부분 위(청와대)에서 얘기된 걸 우리가 다시 올리는 형식이고, 이번에도 그 방식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입김이 산업은행에서, 또 다시 대우조선해양으로 가는 과정이 과거와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또 "부사장들 교체 얘기도 나온다"며 "내부(산은)에서 주로 부행장급이 자회사 부사장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대규모 물갈이에 대한 예고다.
특히 이번 대우조선해양 차기 사장 인선 건은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직접 주도하고 있어 산은 내부에서도 소수의 고위 관계자만 내용을 알고 있다고 한다.
고 사장 교체 결정 사실은 정치권에서도 흘러나왔다. 한 정치권 고위 인사는 대우조선해양 사장 인선 문제에 대해 "이렇게 시간 끄는 걸 보면 모르겠냐"며 "대통령 재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후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고 사장은 지난해 극심한 업황 침체 속에서도 국내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연간 수주목표를 달성한 터라 그동안 연임이 유력했다. LNG선에 집중한 전략과 경영성과 외에 노조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방어벽이 두터웠다는 게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분 31.5%를 들고 있는 산업은행의 벽은 넘지 못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내부도 연임이냐 교체냐의 설이 난무하며 뒤숭숭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3명의 부사장에 대한 줄서기도 한창이라고 한다. 연임 또는 교체가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사장추천위원회 소집이 무한정 보류되면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 사장에 대한 교체 방침이 굳어지면서 관심은 차기 인선에 쏠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박동혁, 고영렬, 이병모 등 여전히 3명의 부사장을 유력 후보로 보고 있다"면서도 "외부에서 온다면 김연신 전 성동조선해양 사장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 초 대우조선해양의 차기 수장으로 거론된 바 있는 김연신 전 성동조선해양 사장은 홍기택 회장과 경기고 동창이며,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인 대우조선공업에서 선박영업 담당 임원을 지낸 바 있다.
이와 관련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정치권 등 외부 압력에 의한 낙하산식 인사는 절대 안 된다며 수차례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어, 외부 출신 인사가 사장으로 선임될 경우 노조와의 갈등도 예상된다.
한편 이달 29일 임기가 만료되는 고재호 사장의 후임자를 선임하기 위한 사장추천위원회는 아직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오는 27일 예정대로 정기 주주총회를 열기 위해서는 일정상 오는 5일까지 이사회에서 후보자를 결정해야 한다. 늦어도 9일까지 이사회가 열려야 이달 안에 정기 주주총회를 열 수 있다. 사실상의 데드라인이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을 가진 대통령의 순방 일정을 고려할 경우 사장 인선이 다음달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이달에는 정관 변경, 실적 확정 등 후임 사장 안건을 제외한 나머지 안건을 처리하고, 다음달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사장 인선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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