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서민층의 부채경감을 위해 출범한 국민행복기금이 2년만에 목표를 조기달성하면서 추가지원 없이 정리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도 서민들의 부채탕감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금융당국도 국민행복기금이 "1회성 성격의 제도"라며 간접적으로 추가지원 없이 현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행복기금의 채무조정 수혜자는 36만명으로 집계됐다.
(사진=뉴스토마토DB)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국민행복기금은 지난 2013년 3월말 설립돼 당시 기준으로 1억원 이하, 6개월 이상 연체 채권을 매입해 원금의 50%까지 감면하는 채무조정을 지원했다.
당초 출범 이후 5년동안 32만6000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를 3년 이상 앞당겨 이뤘다. 금융당국은 출범 첫해 신청자가 크게 몰리면서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국민행복기금 같은 부채탕감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바 있어 정책 후퇴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임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전국민적 부채탕감 정책을 하는 것은 성실한 채무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 고의적인 채무상환 거부와 같은 도덕적 해이 우려 등 경제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초 국민행복기금은 1회성 성격으로 마련된 제도였다"며 일괄매입 채무자 중 그동안 제도를 몰랐거나 새로 소득이 생겨 채무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지원하겠지만 지원을 더 늘리지는 않겠다는 방향을 전했다.
국민행복기금은 출범 당시 10조원 규모의 지원 대상 채무를 일괄 매입한 바 있다.
추가매입이 없다면 신규로 채무조정 혜택을 받는 사람은 크게 줄 수밖에 없다. 출범 이후 1년동안 24만9000명에 달했던 수혜자는 지난해 4~12월 11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에는 5만~6만명 정도의 신규 수혜자가 예상됐다.
추가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재 6명중 1명꼴로 발생하고 있는 국민행복기금 연체 탈락자들이 궁지에 몰릴 전망이다.
임 후보자는 "사실상 상환능력이 없는 분에대해선 법원 개인파산으로 연계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들에 대한 추가 부채탕감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3개월 이상 연체해 국민행복기금 지원에서 탈락하는 사람은 지난해 8월 이후 꾸준히 17%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6만명의 수혜자 중에서 6만명정도가 중도 탈락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연체자가 분할상환금 및 연체이자를 납부하면 기존 채부조정 약정을 부활시키고 중도탈락자에 대해서는 공적 채무조정 연계를 지원하는 등 보완 방안을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행복기금 상환자의 40~50%가 소액을 장기간 연체한 저소득자이고 채무액의 절반을 탕감받고도 또 연체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 놓인 만큼 이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채무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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