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에서 일광공영이 무기중개를 하며 부풀린 액수가 4500만 달러(한화 510억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번 사건을 무기중개업자인 이규태 회장의 사전 시나리오에 의한 사기극이라고 보고 있다. 합수단은 12일 이 회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합수단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EWTS 도입과 관련해 일광공영이 처음 방위사업청에 제안한 도입 금액은 1억4000만 달러에 달했다. 방사청이 난색을 표하자, 협상을 통해 최종적으로 9600만 달러로 합의가 됐다. 이 같은 금액은 실제 EWTS 제조업체인 터키 '하벨산'사의 공급가 5100여만 달러에 비해 무려 4500만 달러가 부풀려진 금액이다.
일광공영은 방사청에 "하벨산 EWTS를 기초로, EWTS에 들어갈 새로운 장비들을 개발하려면 연구개발비가 필요하다"며 부풀린 금액을 제안했다. 그러나 거짓이었다. EWTS 장비와 관련한 어떤 연구 개발도 없었다. 합수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확인 결과 연구개발 자체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News1
일광공영의 중개로 방사청과 계약을 체결한 하벨산은 SK C&C와 연구개발 하청 계약을 맺었다. 당시 SK C&C에는 권모 전 상무가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2007년 7월경까지 방사청에서 EWTS 업무를 담당하다 전역한 후에, SK C&C에 상무로 입사해 EWTS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일광공영의 고문으로 근무 중이다. 권 전 상무는 일광공영의 납품가 부풀리기에 이 회장과 공모한 혐의로 이 회장과 함께 검찰에 체포된 상태다.
SK C&C는 하벨산과의 연구개발 하청 계약 중 일부에 대해 재하청 계약을 맺었다. 일광공영의 계열사인 일광하이테크와 솔브레인이다. 세 곳 중 어느 곳에서도 실제 연구개발은 없었던 것으로 합수단은 파악하고 있다. 재하청 계약을 통해 일광공영에 하벨산의 자금이 건네지게 된 것.
합수단 관계자는 "이 회장이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려놓고 사기 행각을 했다. 그게 수사의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종적으로 이 회장에게 얼마나 건너갔는지는 조사가 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SK C&C 측의 조직적인 개입 여부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합수단은 이날 밤 늦게 이 회장과 권 전 상무에 대해 사기혐의로 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두 사람에 대한 조사 과정에 특이점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여러 자료를 갖고 확인한 뒤에 체포한 상황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합수단은 EWTS 도입 사업 관련자들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날 솔브레인 이사인 조모(49)씨를 전격 체포한데 이어, 하벨산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을 검토 중이다. 하벨산에 대한 수사는 하벨산이 일광공영의 이 같은 행각을 사전이나 사후에 알고 있었는 지와 일광공영과의 관계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일광공영은 지난 2000년대 초반 하벨산과 대리점 계약을 맺은 이후 급성장했다.
또 하벨산과의 계약을 담당한 방사청 관계자들도 조사 대상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방사청 관계자들이 연구개발비가 부풀려진 걸 알 수 있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합수단은 아울러 일단 일광공영에 대해 EWTS 도입과 관련한 사기혐의 수사에 집중한 뒤, 일광공영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일광공영과 관련한 많은 의혹들을 하나하나 다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혀, 고강도 수사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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