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가치 조사]대학생이 바라 본 취업, 그 오래된 미래
우리가 사는 세상
2015-03-16 09:14:00 2015-03-16 10:22:36
고용 없는 사회에서 청년 취업난은 어제와 다름없고 오늘과 다름없을 내일의 문제다. 머지않아 취업 시장에 발을 들여놓게 될 대학생들은 작금의 취업 현실에 관해서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이사장 안치용) 소속 대학생 기자단 YeSS가 2.1지속가능연구소와 함께 현대리서치에 의뢰하여 진행한 <대학생 가치 조사>를 통해 알아봤다. 이 가운데 ‘직업 및 취업’과 관련한 몇 가지 질문을 토대로, 대학생의 시각에서 취업 가능성·해외 취업 가능성·취업 시장에서 학벌이 끼치는 영향력을 바라보았다.
 
- “취업, 잘 모르겠어요.”
◇자료=바람아시아
 
조사 결과, “나는 대학 졸업 후 내가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56.8%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21%는 ‘그렇지 않다’, 22%는 ‘보통이다’라고 답했다. 한마디로 응답자의 43%는 대학 졸업 후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한 것. ‘전혀 그렇지 않다’는 1점, ‘보통이다’는 4점, ‘매우 그렇다’는 7점으로 측정한 이 질문의 평균값은 4.7점이었다.
 
취업준비생 이윤아(25)씨는 대학 졸업 후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학 졸업 후 원하는 곳에 바로 취업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나는 첫 직장이 마지막 직장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답했다. 말인즉슨, 취업은 할 수 있겠지만 그곳이 자신이 ‘원하는 직장’일지는 미지수라는 것. 그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스펙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어지간하면 다들 고학력에 스펙까지 좋아서 대기업만 찾기가 어렵다. 지금 심정으로는 뽑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이다.”
 
대학생들이 내다 본 취업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대학 졸업 후 내가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을 학교·학년·전공·소득·종교 별로 살펴 본 결과, 학벌과 소득이 대학생들의 취업 전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우리 사회, 아직도 능력보다 학벌 중시해
 
◇자료-바람아시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졸업 후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있을 것 같으냐는 물음에 자신이 속한 학벌이 높을수록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조사 결과, “나는 대학 졸업 후 내가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서연고(서울대/연세대/고려대) 64.2%, 서성한(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60.3%, 중경외시이(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이화여대) 58.6%, 그 외 서울 소재 대학 51.2% 순으로 점차 낮아졌다. 이는 “취업 시장에서, 우리 사회는 아직도 능력보다 학벌을 중시한다.”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80.5%가 ‘그렇다’고 답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대학교 1학년생인 최혜림(21)씨는 대학 졸업 후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아직 1학년이니까 다들 여유를 가지라고 하는데 달라질 게 있을까 싶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취업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덧붙여 취업 시장에서 학벌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이느냐는 질문에 그는 “취업 시 가장 중요한 요건은 학벌이라고, 선배들에게 들었다. 대학교의 명성이 1차 서류전형의 당락을 결정하지 않나. 요새는 능력을 많이 본다고 하는데 사실 학벌은 예선전이나 마찬가지.”라며, 취업 시장에 만연한 학벌주의를 꼬집었다.
 
- 가계 소득 낮을수록 취업 가능성 낮다고 봐
 
◇자료=바람아시아
 
이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좀처럼 들을 수 없게 됐다. 조사결과, 가계 소득이 대학생들의 취업 전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나는 졸업 후 내가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계 소득 수준에 따라 달랐다. 가계 소득이 300만 원 미만인 경우 51.3%, 300~450만 원 미만인 경우 53.2%, 450~600만원 미만인 경우 59.2%, 600~900만 원 미만인 경우 61.2%, 900만 원 이상인 경우 63.5%. 가계 소득이 높을수록 응답자 스스로의 취업 전망이 밝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한유정(23)씨는 소득이 취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 같으냐는 질문에 “집안이 경제적으로 뒷받침을 해주면, 얻을 수 있는 스펙이 꽤 많다. 어학연수가 돈으로 살 수 있는 스펙 중 하나다. 1년 정도 투자해서 다녀오면 어학 성적 만들기 어렵지 않다. 요새는 해외 봉사활동이 새로운 스펙으로 뜬다는데, 결국 이것도 돈 없으면 못 가는 거다.”라고 답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사실 대학까지 온 것도 집안의 경제력을 말해주는 거나 다름없지 않나. 아이 한 명 가르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찮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여태 사교육 한 번 없이 대학 진학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KBS뉴스 화면 캡쳐
 
- 소득의 10%, 자녀의 사교육비로 지출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1월 전국 7개 지역 초등학생 부모 3000명을 대상으로 사교육 실태와 지출 비용 등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가계 소득의 10%를 자녀의 사교육비로 지출한다고 답했다. 이는 가계의 소득 수준이 사교육비의 규모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지표다. 그렇다면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사교육비의 규모는 자녀의 대학 진학에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까.
 
◇자료=바람아시아
 
전북대 반상진 교수와 조영재 박사과정 수료생이 지난해 2월 한국교육고용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소득계층별 자녀의 대학진학 격차 분석」논문에 따르면, 소득 수준에 따라 대학 진학률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최상위(월소득 400만원 초과) 집단 가정의 대학 진학률은 82.6%인 반면, 소득 하위계층(100만원 이하)의 대학 진학률은 58.3%에 그쳤다.
 
가계 소득이 교육 수준에 영향을 미치고, 사교육으로 빚어진 학벌이 또다시 ‘원하는 곳으로의 취업’으로 이어지는 구조. 김병규 2.1 지속가능연구소 부소장은 이러한 구조에 관해 "이는 사교육-대학진학-취업으로 이어지는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구조화하고, 빈익빈 부익부가 고착화하는 사회적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해결책은 해외 기업으로의 취업?
 
“근무 여건과 직장 문화 등을 고려할 때 나는 가능하다면 한국보다는 외국에서 취업하고 싶다.”는 질문에, 응답자 중 59.3%가 해외 기업으로의 취업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대학생 한유정(23)씨는 대학생들이 해외 기업으로 취업하려는 까닭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아직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은 없지만, 선배들 말을 들어보니 직장 생활이 순탄치만은 않다고 하더라. 기업 안에 학벌주의와 권위주의가 만연해서 능력만으로는 기회를 얻기가 어렵지 않나. 그렇게 되면 취업 후에도 그 전과 마찬가지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일해야 할 거다. 어찌 보면 외국 기업으로 취업하는 게 당장은 언어 때문에 어려워도 장기적으로는 좋은 선택이다.”
 
해외 기업으로 취업하려는 대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는 까닭은, 비단 권위적인 기업문화 때문만은 아니다. 대기업의 채용 인원이 줄면서 외국 기업으로의 취업을 모색하는 대학생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앞으로도 국내 기업의 채용 인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리라는 것.
 
-2015년에도 새로울 것 없는 취업 현실
 
능력보다 학벌을 중시하는 취업 시장, 돈으로 스펙을 사는 현실, 권위적인 기업 문화, 자꾸만 줄어드는 채용 인원.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문제는 전혀 새롭지 않다. 그 문제의 원인 역시 오래됐다. 바뀌어야 하는 건 분명 능력보다 학벌을 중시하는 취업 시장이고, 효율보다 권위를 앞세우는 기업 문화이건만, 이상하게도 바뀌는 쪽은 대학생들이다.
 
◇KBS뉴스 캡쳐
 
2015년 취업 전망
 
취업준비생 이윤아(25)씨는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토로하며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 학기까지 오니까 다른 게 불만이 아니다. 내가 더 쌓지 못한 스펙이 불만이다. 올 상반기에 몇 군데 지원하려고 하는데, 붙을 거라 확신할 수 없다. 올해는 작년보다 채용인원이 더 줄었다고 들었다. 채용 인원은 자꾸만 줄어드는데 지원하는 사람들은 대기업에 몰리는 판국이니, 자기소개서에 쓸 스펙 한 줄이 귀하게만 느껴진다.”
 
이어 그가 맺은 말, “어쨌거나 지금 나의 바람은 취업이다.” 나 또한 그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바.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의 말들 중 어쨌거나, 라는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돈다. 어쨌거나, 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그’만의 목소리는 아닌 것 같아서, 체념하듯 말하는 그의 한마디가 이 사회가 만들어낸 소리인 것만 같아서.
 
이소연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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