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 들어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대형 유조선이 국내 조선업계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글로벌 선사 간 물동량 경쟁이 심화되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주문이 늘고, 유가하락으로 석유 해상 물동량이 늘면서 대형 유조선의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미국발 셰일가스 붐으로 인해 LNG선 등 가스선 수요가 높았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반면 건화물선 시황 침체로 벌크선의 신조 발주는 저조한 상황이다.
15일 조선업계와 동부증권에 따르면 올 1분기 1만2000TEU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는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급증으로 전체 컨테이너선 발주량도 증가했다. 지난 9일 기준 올해 컨테이너선 총 발주량은 54만7000TEU(39척)으로, 올해 예상 발주량(82만4000TEU, 50척)까지 더하면 이미 지난해 연간 발주량(105만7000TEU)을 약 30%가량 초과하게 된다.
이같은 현상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컨테이너 물량을 담당하는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로 물동량 증가세가 꺾이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동량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단위 당 비용을 낮춰야 하는데 선박이 클수록 한 번에 적재할 수 있는 컨테이너 수가 많아지고, 최신 선박일수록 연비가 높아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세계 1위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는 150억달러 규모의 신조선 발주 계획을 밝힌 바 있다. 150억달러는 1만TEU급 컨테이너선 150척에 달하는 양이다. 머스크는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을 발주해 주요 노선의 선박을 대형화하고 가격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올 들어서는 2만TEU 시대가 열렸다. 지난달 삼성중공업이 2만100TEU급을 수주한 데 이어 한진중공업과 일본의 이마바리조선소도 2만TEU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했다.
하지만 이같은 선박 대형화 추세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2만3000TEU 이상의 선박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력은 확보하고 있지만 주요 항만의 인프라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항만의 바닥이 낮을 경우 대형 선박의 접안이 어렵기 때문이다.
유가하락으로 석유 물동량이 늘면서 유조선 발주도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원유 가격이 쌀 때 미리 사서 유조선에 저장해두려는 투기 세력도 가세하면서 유조선 발주 증가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현대중공업은 유조선 11척, 대우조선해양은 2척, 삼성중공업은 6척의 유조선을 수주했다. 조선 빅3가 1분기 수주한 선종 중에서도 유조선이 19척으로 컨테이너선(10척), LNG선(8척), LPG선(2척)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조선3사의 1분기 전체 수주량이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유조선 부문은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대형 유조선은 국내 조선소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풍부한 건조경험을 갖고 있다”며 “최근 발주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국내 조선업계가 가장 큰 수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2만1100TEU급 컨테이너선 조감도(사진=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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