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만든 대부업법(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위반자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등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대부업법상 최고이자율(연 34.9%)을 위반했을 때 처벌이 무겁지 않다. 현행법은 대부업 등록 위반, 불법 대부업 광고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출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는 이자율 위반, 불법추심에 대한 형량은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불과하다.
여기에 이 형량조차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27일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3년 대부업법 위반 1267건 중 징역형이 선고된 사례는 45건(3.6%)에 불과하다. 357건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선고됐으며, 나머지 건은 약식기소에 따른 벌금형이나 기소유예, 불기소 처분으로 끝났다.
결국 최고이자율이 높고 대부업 등록 문턱이 낮아서가 아니라, 실효성 없는 형량 탓에 대부업자들이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서민들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불법 대부업을 비롯한 사채시장에서는 현재까지도 ‘꺾기’와 같은 부당이자 징수 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법으로 금지된 담보를 저당 잡아 원금의 수백배에 달하는 이자를 요구하거나 하루 수십번씩 전화를 걸어 채무 상환을 독촉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도 대부업법 개정을 위한 적극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는 4월 들어 대부업법에 대한 본격적인 개정 논의에 들어갔지만 대다수의 개정안이 현실과 괴리돼 겉돌고 있다.
상당수의 대부업 피해가 불법추심과 이자율 위반 등 대부업법 위반으로 인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는 대부업 등록 기준을 구체화하는 등 형식적인 기준을 강화하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다. 오히려 대부업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위법 이력 대부업자의 업체 운영을 근절할 수 있는 개정안은 한 건도 발의되지 않고 있다.
정부도 대부업법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대부업법 위반에 대한 양형기준을 강화하고, 법률의 실효성을 담보할 시행령도 마련해야 하지만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을 찾아 볼 수 없다.
한 정무위 소속 의원은 “법을 어기는 대부업체를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단속해야 한다"며 "이건 국회만 움직여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jiyeong8506@etomato.com)
금융소비자네트워크 회원이 지난해 4월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금감원 앞에서 열린 ‘부실채권 소각 퍼포먼스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자료사진)./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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