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로 촉발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사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물타기뿐인 유감 표명으로 끝났다.
박 대통령은 28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통해 밝힌 담화에서 이 전 총리 사퇴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해야한다고 원론적인 입장만을 전했다. 앞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작성했던 ‘금품 리스트’에는 이 전 총리 외에 허태열·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병기 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전·현직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됐다. 이때문에 여당 내에서도 박 대통령의 사과 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사과는 포괄적 유감 표명으로 대체됐다. 담화문의 전체적인 내용 또한 ‘성완종 게이트’를 참여정부의 탓으로 돌리고, 박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를 정치권 전반의 문제로 확대했던 새누리당의 주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금품 의혹 등이 과거부터 어떻게 만연해 오고 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서 새로운 정치개혁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이뤄졌던 성 전 회장 특별사면 문제와 관련해서는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도 어지럽히면서 결국 오늘날 같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어주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두 전직 비서실장을 비롯해 리스트에 거론된 인사들에 대해서는 한 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정쟁을 목적으로 새누리당 대변인 차원에서나 할 법한 발언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변해준 꼴이 됐다.
담화 발표 직후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담화문은 성완종 사태와 관련해 국민에 대해 느끼는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여러 의혹에 대해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며, 부패정치를 뿌리뽑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호평했다.
반면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성남 중원구 선거유세 중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의 물음에 대해 대통령은 답이 없고 진정성도 찾을 수 없었다”며 “대통령이 유감을 말했지만 국민이 오히려 대통령의 말에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또 “박 대통령이 직접 여당의 편을 들면서 간접적으로 여당의 (4·29 재·보궐) 선거를 지원했다"며 "선거의 중립도 위반했고 물타기로 사건의 본질을 가리고 나서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성완종 게이트’로 촉발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사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는 물타기뿐인 유감 표명으로 끝났다(자료사진)./ 사진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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