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조치가 마련되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일명 '갈라파고스 규제'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MRO(항공정비업)산업에서 외국인투자기업의 국내 투자제한이 없어지고, 외투기업의 외국인 고용도 크게 확대 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외국인투자 과련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오후 2시 박근혜 대통령 주재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확정·발표 했다.
◇외국인투자 막는 '갈라파고스 규제' 40개 규제 혁신
MRO은 항공기의 정비(Maintenance)와 수리(Repair), 분해조립(Overhaul)과 관련된 분야로 항공업계에서 주목받는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내 MRO산업 규모는 약 2조5000억원 규모로 매년 4%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국내외 항공 업체들은 MRO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는 항공법에 따라 MRO 관련 사업에서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 지분은 50%를 넘을수 없도록 제한돼 있었다.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지역공항 등과 연계 투자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지만 이 규제 때문에 쉽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한 기업은 인천공항에 민항기 MRO 투자를 추진했으나 외국인투자 지분 제한 때문에 계획을 철회 하기도 했다. 청주공항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권평오 무역투자실장은 6일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분과 관련된 규제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며 "MRO의 외국인 투자 제한업종 개방을 시작으로 29개 투자제한업종에 대해서도 개방 가능성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권평오 무역투자실장은 6일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외국인투자를 막는 40여개 규제 개선과제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MRO의 투자지분 개방에 이어 외국인투자기업의 외국인 고용 비율도 확대 된다. 내국인 고용 총수의 20%를 넘지 못하던 외국인 고용 비율이 소규모·초기 외투 기업의 경우 최대 2년 동안 유예된다.
신규 외국기업이 자리를 잡기 위해 필요한 인력 수급에 제한을 풀어주겠다는 조치다.
영리형 강사에 대해서도 비자 발급이 가능해진다. 학교 등과 협업한 대학초빙강사와 어학강사에게만 국한되던 국내 체류비자 발급이 영리형 훈련기관 강사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뷰티나 디자인, 요리 등 전분 분야 해외 인력이 들어올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외국인투자 절차에 있어서도 5건의 신고 절차가 없어지며 간소화 된다.
한중 FTA 성사로 인해 투자유치가 유망한 화장품과 의약품, 소재부품 등 10여개 업종에 대한 규제개선 방안도 발표됐다.
외투기업이 화장품업을 등록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한국의사가 발급하는 '대표이상 정신질환·마약중독 질환 진단서' 제출 의무가 폐지된다.
미백과 주름개선, 자외선 차단의 3개 분야로 한정되던 기능성 화장품의 범위에 아토피 등의 분야도 포함된다. 특히 FTA 확대와 한류로 인한 시장 확대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는 분야로 외국인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 된다.
동물의약품 분야의 CMO(계약생산대행) 방식도 허용된다. 제조 기술은 있지만 마케팅에 약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의 높은 효율성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구미와 포항, 창원, 익산, 미음에 위치한 소재부품 전용 외투지역에 제품의 저장이나 판매를 위한 시설과 일반 업종 분야 협력 외투기업도 입주 할 수 있도록 규제도 완화될 방침이다.
◇외국인투자 실적은 느는데 평가는 부정적
FDI(외국인 직접 투자) 실적은 지난 5년 동안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90억 달러를 넘어섰고 올해는 20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외국인 투자 규모는 세계에서 25위권이었고, 정부의 목표인 300억달러를 달성하면 15위 권으로 올라서게 된다.
한중 FTA가 성사되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중요성도 크게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월 산업부가 주한 외국상의와 외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국시장의 중요성이 증가했다는 답변이 50.2%였고, 투자확대 계획이 있다는 답변도 49.5%를 차지했다.
특히 한류와 FTA의 영향으로 화장품과 의약품, 소재부품, 식품 소비 분야가 유망업종으로 손꼽혔다.
산업부는 지난 4월 주한 외국상의와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한국 시장의 중요성(좌)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의 기업활동 여건(우)은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하지만 한국에서 기업활동 여건은 악화되고 있다는 답변도 52%를 차지했다.
정부규제 및 투명성 문제(20.9%)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애로사항으로 지적됐고, 화평법(화할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통상임금 문제 등 한국의 환경과 노동규제 등에서 외투기업의 충분한 의견수렴이 없다는 것도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나타났다.
분야별 투자환경 점수에 있어서 5점 만점 기준으로 행정(2.83점)과 고용(2.89), 세무(2.91)가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낮은 정책 예측가능성이 행정 분야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고, 고용에 있어서는 노동비용 상승과 인력수급의 어려움이, 빈번한 세법개정과 유예절차 미흡 등이 세무 분야에서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FTA를 외국인투자유치로 연결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VIP 주재 외투기업간담회, 무역투자진흥회의,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활동 등을 통해 30여건의 규제를 철폐했고 제도 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권평오 실장은 "FTA플랫폼을 외국인투자유치로 연결하기 위해 핵심투자요소의 이동, 외국인투자 유망업종의 사업환경, 외투기업의 경영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규제의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규제개혁 방안에 외국인들이 정책 개선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창구를 확대가 포함된 것도 실질적인 애로 사항에 대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권 실장은 "직접 규제 개혁도 중요하지만 외투기업들의 손톱 밑 가시를 해결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며 "외국인 옴부즈만 활동 등 포럼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규제혁신 방안은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발표됐고 각 부처와의 협의 이후 6월에 세부 내용이 나올 계획이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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