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결정에 따른 의원직 상실 결론은 명문 규정에 없어 부당하다."(전 통합진보당 의원들)
"헌법재판소의 고유 권한이다. 독일도 명문 규정 없이 자격을 상실시킨 사례가 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의원직이 상실된 전 통합진보당 의원들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의원직 상실에 대한 적법성을 두고 격한 공방을 벌였다.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반정우) 심리로 진행된 첫 공판에서 전 통진당 의원 측은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을 결정하더라도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는 법률적 명문 규정이 없다며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들은 "1987년 개헌 이후에도 정당해산을 하더라도 의원직을 상실한다는 명문 규정을 두지 않았다"며 "이는 헌재의 정당해산 심판의 법률적 효력과 국회의원의 지위는 별개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명문 규정에 없다는 것만으로 국회의원 지위가 상실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고 국민 전체가 그런 합의를 했다고도 보기 어렵다"며 "헌법재판소의 고유권한 행사로 사건적 법률해석이 가능하며 독일에도 명문 규정 없이 국회의원 자격을 상실한 사례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전 통진당 의원들의 소송 자체도 적법성이 없다며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선관위는 "헌재의 결정은 사법권 행사의 일종이라서 이를 행정소송의 대상으로 삼아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법상 하나의 지역구에 1인 외 다른 의원이 있을 수 없다"며 "이미 4·29 재·보선이 이뤄져 이들에 대한 국회의원 지위를 회복하는 건 불가능해 행정소송에 대한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 통진당 의원들의 대리를 맡은 하주희 변호사(법무법인 향법)는 "이번 소송은 행정법에 나와 있는 당사자 소송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외향적으로도 헌재 결정에 대해 다투기 때문에 헌법과 법률에 근거가 있는지에 대해 추가해서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 통진당 의원들 측은 헌재의 재심 허용여부 등에 대한 전문가 1~2명에 대한 증인을 신청해 의원직 상실이 부적법하다는 것을 증명할 계획이다. 이 중 한 명인 김종철 연세대학교 교수는 '정당해산심판제도에 관한 연구'라는 헌법재판소 연구논문에 참여한 바 있다.
다음 변론기일은 다음달 30일 오전 10시10분에 열리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론이 종결된다. 통상 변론종결 이후 한 달 이내에 선고가 나는 만큼 늦어도 오는 8월 안으로 의원직 상실에 대한 적법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19일 재판관 9명 중 8대 1의 의견으로 통진당에 대한 정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인용하면서 정당해산을 결정했고 소속 의원 모두의 의원직도 박탈했다. 이에 김미희, 김재연, 오병윤, 이상규, 이석기 등 옛 통진당 국회의원 5명은 지난 1월6일 서울행정법원에 '국회의원 지위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이날 김 의원 등은 모두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지난 1월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전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의 국회의원 지위 박탈과 관련해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재연, 이상규, 오병윤 전 통합진보당 의원, 하주희 변호사.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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