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직야구장 전경. (사진=롯데자이언츠)
올 시즌 초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는 '탱탱볼'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다.
비록 공 제조사가 빠른 시일 내 재검사를 통과하고 롯데 선수단 또한 꾸준하게 장타력을 발휘하면서 논란은 사라졌지만, 지난해 CC(폐쇄회로)TV 논란에 휩싸였던 롯데로서는 여러모로 신경 쓰일 사안이었다.
구설수가 시작된 후 4주 쯤 경과한 상황에서 현재의 모습은 어떨까. 탱탱볼 논란 이후를 <뉴스토마토>가 취재했다.
◇'0.004'로 촉발된 논란
최근 논란은 지난달 17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2015 공인구수시검사 결과' 발표로 촉발됐다. 올 시즌 전 KBO가 인정한 공인구 제조사 중에서 에이치엔디(H&D)의 공인구 반발계수가 기준치(0.4134~0.4374)에 비해 0.004 높은 0.4414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반발계수는 검사장비를 통해 던진 공이 콘크리트 벽을 맞고 다시 튀어나오는 속도를 투구 속도(시속 270㎞)로 나눈 값이다. KBO의 공인구 반발계수 검사는 KBO가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용품 시험소에 의뢰해 이뤄진다.
근래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반발계수 0.001 증가시 타구의 비거리 또한 20㎝ 정도 늘어난다. 반발계수 0.004 초과이면 비거리는 80㎝ 증가한다. 큰 폭의 증가는 아니다.
그런데 에이치엔디가 제조한 공인구를 쓰는 구단은 롯데 뿐이었고, 공교롭게도 당시 사직구장의 KBO리그(1군리그) 경기 중 홈런 갯수는 10개 팀 중 가장 많았다. 게다가 롯데는 해당 공을 쓴 20일까지 홈 경기 10회 중 18홈런을 친 반면, 원정 7경기 중 5개의 홈런 기록만 남겼다.
자연스레 민망한 내용이 포함된 루머가 확산됐다. 롯데가 팀의 성적 증진을 위해 반발계수를 높게 조작한 공을 쓰고 있다는 류의 오해다.
롯데는 지난 논란에 대해 억울함을 표했다. KBO가 인정한 공인구 제조사의 공이고 지난해부터 사용했으며, 사직구장의 경우 홈 팀과 원정 팀이 다 같은 공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롯데는 연고 지역 기업과 '상생'을 위해서 부산 소재 기업인 에이치엔디를 택했다.
더군다나 모든 야구공에 대한 반발계수가 일정하지는 않다. 가죽 안의 코르크와 실의 수분율은 검사 당일 건조도와 제조 시점별로 다를 수 있다. 반발계수 수치 차이가 0.004이기에 롯데와 에이치엔디는 아쉬울 법한 상황이다.
◇에이치엔디의 야구공 제작의 초반 3단계(권사·모사·도포)에 쓰이는 자동화 시설. (사진=이준혁 기자)
◇잔여 공 전량 수거 및 폐기 → 사흘 만에 재 검사용 공 제출 → 합격
KBO의 발표가 나온 지난달 17일 롯데는 두산 베어스와 서울 잠실 원정경기를 치렀다. 17일은 3연전 중 1차전을 하는 날이었고, 롯데는 다음 3연전도 KIA와 광주 원정경기 일정이 잡혀 있었다. 발표 당일부터 다음 홈 연전 첫날까지 이레 동안 롯데는 원정경기만 치른 것이다.
자연스레 롯데와 에이치엔디로서는 7일 간의 교정기간이 생겼다. 롯데의 다음 홈 경기날인 24일까지 정상임을 확증받지 못하면 롯데는 다른 회사 공인구를 써야 했다. 롯데도 당혹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에이치엔디 측에선 '피말리는' 시기였다.
다른 제조사는 중국 제조사에 제조를 위탁하고 자사의 상표를 붙이는 OEM(주문자상표생산방식)으로 공을 만들지만, 에이치엔디는 파주 광탄과 개성공단에 제조시설을 갖추고 직접 공인구를 생산한다. 당연히 에이치엔디는 공장의 건설과정에 엄청난 액수를 쏟아부었고 장비의 수입과정에도 상당한 수준의 금액을 들였다.
에이치엔디는 KBO와 계약에 따라 제재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납부했다. 첫 번째 적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두 번째 걸리면 계약이 해지되고 내년도 계약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KBO와 불미스런 사건으로 계약이 해지되거나 계약 대상자에서 빠지는 제조사의 공을 구입할 곳은 프로뿐만 아니라 아마에도 없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투자비가 매몰성 비용으로 처리될 위기인 것이다.
그런데 자체공장을 한국에 보유했다는 사실이 되려 전화위복이 됐다. 주말의 반납은 물론 밤샘작업을 통해, 그리고 검사 장비와 인력을 더욱 보강해 반발계수 수치를 기준치 안으로 맞췄기 때문이다. OEM 기업일 경우는 쉽지 않았을 일이다.
결국 에이치엔디는 20일 KBO에 재검사용 공을 제출했고, KBO는 22일 공인 검사시설인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스포츠용품 시험소에 공을 의뢰했다. 홈 경기일인 24일 오전 나온 반발계수는 0.416. 합격이었다. 롯데는 당일 경기에 에이치엔디의 공을 쓰게 됐다.
◇공인구 제조사 "검사 과정 더욱 늘리고 철저 제조 진행 중"
롯데 구단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우리(롯데 구단) 입장에서는 KBO가 시즌 초 공인구 납품이 가능한 업체로 제시한 네 기업 중에서 에이치엔디가 부산이 연고인 업체이기에 택했다"면서 "반발계수를 초과하는 공은 수거 조치했고, 에이치엔디에 엄중 경고 내용을 담은 서면 공문을 보냈다. KBO의 재검사가 빨리 합격 처리돼 일단 다행"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새 공을 받은 후 리그의 '최강' 팀으로 꼽는 삼성과 경기를 했다. 그런데 롯데는 세 경기를 다 승리로 엮었다. 홈런이 8개에 달했고, 23득점으로 타선은 대폭발했다(24일 3-5 롯데 승·2홈런, 25일 9-12 롯데 승·5홈런, 26일 1-7 롯데 승·1홈런). 상대가 강팀인 삼성이고 3경기에 삼성이 보여준 기록은 4홈런와 13득점에 그쳐 롯데의 승리와 타격전은 더욱 돋보였다.
그렇다면 공의 제조 기업인 에이치엔디는 논란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12일 오후 정수범 에이치엔디 공동대표의 입장을 들어봤다.
정 대표는 "공인 검사소 수치가 기준치를 넘었다는 사실은 변명할 여지 없는 우리 실수"라고 인정하면서 "그렇기에 어떻게든 빨리 개선하려 노력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개성공장의 제조인력을 포함해서 회사의 임직원은 85명인데 5명을 충원했다. 모두 관리·검사 인력"이라며 "또한 자유낙하 검사 과정도 두 단계를 더 늘렸다. 그동안 개성에는 검사 기능이 따로 없었는데 개성에 검사 기능을 뒀다. 결국 개성에서 1차 검사하고 부산에서 2차 검사한다. 더군다나 매일 2타씩 무작위로 빼서 외국 기계로 때리며 수치를 잰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정 대표는 "공은 수분율 문제가 있고 습도와 온도가 모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세계 어느 회사건 명확한 제조 오류 원인을 잡기는 어렵다"면서 "직원들을 위해 개성도 에어컨을 뒀는데 수분율을 능숙히 잡을 시점까지 잠시 에어컨을 껐다. 개성공장에서도 다양한 형태 검사를 진행 중이다. 다시는 문제가 없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애로를 밝히고 각오를 다졌다.
◇2015년 4월21일~5월10일 롯데 자이언츠 및 상대구단 홈런 기록. 4월24~26일, 5월5~7일 경기는 롯데의 홈 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공인구 재검사를 받은 신규 공으로도 롯데는 좋은 타격감을 나타내고 있다. (정리=이준혁 기자)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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