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기운에도 미국의 소비심리는 여전히 차가운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4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3월과 변화가 없었다. 이는 전문가들 예상치였던 0.1% 증가와 3월 수치였던 1.1% 증가를 모두 하회하는 것이다.
특히 4월 자동차 판매와 가솔린 판매가 각각 0.4%, 0.7% 감소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자동차와 가솔린 판매를 제외한 소매판매 역시 0.2% 증가하는데 그치며 전반적인 품목들이 모두 부진했다.
이 기간 고용 시장이 눈에 띄게 개선됐고 유가 역시 예년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의 회복이 더딘 부분은 전반적인 미국 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같은 날 미국의 백화점 메이시스가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 역시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미국 소매업체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메이시스는 이날 1분기 순이익이 주당 56센트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62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메이시스는 달러 강세 등의 일시적인 요인이 작용했다고 설명했지만 전반적인 미국의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분기 미국 경제는 0.2% 성장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1분기의 GDP 부진이 일시적인 혹한과 서부항만 파업 때문이었다며 2분기 미국 경제는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앞서 팩트셋 설문조사에서도 2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이 3.3% 급반등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이날 부진한 지표 발표 이후 이러한 낙관론은 힘을 잃고 있다.
실제로 지표 발표 후 JP모건은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로 하향 조정했고 미국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은 2분기 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터 부크바 린지 그룹 상무이사는 “오늘 발표된 지표를 보면 혹독한 겨울 날씨나 서부 항만 파업 등의 핑계를 댈 수 없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고 평가했다.
가이 버거 RBS 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매우 실망스러운 지표”라면서 “5월과 6월 개선 여부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다”라고 우려했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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