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발한 신기술이 하루만 지나면 구시대의 유물이 될 정도로 기술의 발전 속도는 어마어마하다. 이런 다이내믹한 분위기 속에서 경영전략 또한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는데, 요즘 기업주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혁신 경영’이다.
◇IT업체 관계자들이 콘퍼런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사
진=로이터)
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문화이동(cultural shift)’이란 개념을 빌어 설명한다. 문화이동은 기존의 문화에 새로운 문화가 유입되면서 제3의 무언가가 발생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이 개념을 기업 현장에 적용하면 최근 들어 경영 전략에 혁신이란 신개념이 도입되면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평범했던 회의실이 ‘혁신의 방’으로 업그레이드되는가 하면 볼펜과 노트 대신 태블릿PC와 스마트스크린, 스티키노트, 샤피펜이 더 빈번하게 쓰이고 있다. 자유롭고 활동적인 환경이어야 혁신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사무실 곳곳에 인형을 두거나 과자를 배치하는 경우도 있다. 머리와 어깨에 띠를 두르고 혁신의 중요성을 되뇌기도 한다. 심지어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스티브 잡스처럼 청바지에 셔츠 차림으로 출근하라고 명령하는 최고경영자(CEO)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창의력이 샘솟을 만한 환경이 조성되면 혁신이 일어나고 머지않아 시장의 트랜드를 주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최근 미국 경제전문 매체 포브스가 혁신이 창의력의 산물이 아닌 훈련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해 청바지를 입은 CEO들을 뻘쭘하게 만들었다. 포브스는 창의력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을 때 어떤 도구를 언제 사용할지를 알게 하는 훈련이 필수라고 설명한다. 이런 감각을 훈련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실패를 기념하는 것(celebrating failure)’이다. 실패를 죄악시하는 대신 실패를 성공과 혁신의 발판으로 삼자는 뜻이다. 실패한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해 배울 만한 것을 뽑아내면 그 실패는 성공을 위한 조건이 된다. 제네럴일렉트릭(GE)의 창업자 토머스 에디슨이 9999번의 안 되는 방법을 찾아낸 후 1만번째에 전구를 발명한 것처럼 말이다.
일부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벌써 ‘똑똑한 실패’가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실패담을 공개하고 나누는 모임이 결성됐다. 지난해 말 뉴욕타임즈(NYT)의 보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창업자 500명은 4년 동안 매년 한 차례씩 모여 실패담과 처세술 등을 공유했다.
카산드라 필립스가 재기를 도모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페일콘(FailCon)을 결성한 이후 이런 모임은 점점 더 활성화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는 아예 기업의 실패에서 교훈을 뽑아내는 페일포워드(Fail Forward)란 기업도 생겨났다. 이 회사의 창업주는 “실패한 사람에게 축하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똑똑하게 실패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진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언급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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