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25억원을 들여 구축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특허정보 사이트가 정보의 다양성과 신뢰성의 문제로 제약업계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 특히 특허정보 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특허목록집의 제약품 특허만료일이 특허청과 다르다는 <뉴스토마토> 보도 이후 제약업계는 제대로 된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전면적으로 사이트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20일 <뉴스토마토>가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 식약처는 2008년 외부용역을 통해 의약품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을 처음 시작해 올해까지 총 8차례에 거쳐 모두 25억3900여만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매년 3억원 정도를 투입했다. 특히 올해에는 4억5000만원으로 예산을 대폭 늘렸다.
자료: 조달청 나라장터
25억원의 예산은 특허 DB구축과 특허인포매틱스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드는 데 사용됐다. 의약품 허가, 특허, 소송 정보 등을 제약업계에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다. 특허인포매틱스는 2009년에 첫 선을 보인 후 매년 업그레이드돼 왔다. 하지만 8차까지 사업을 진행하고도 정작 제약업계에 정보제공 창구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게 현실이다.
특허인포매틱스의 특허정보는 특허청으로 링크를 거는 정도로만 구현됐으며, 실제론 별다를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특허청이나 특허법원에는 다양한 공공데이터가 있지만 링크는 일부에 불과했다. 25억원을 투입한 특허정보 사업의 결과라고 말하기 궁색할 정도다.
주요 사업은 일부가 진행이 안 됐거나 미진한 상태였다. 지난해에 만들겠다던 사건번호, 심판종류, 원고, 피고, 법원명, 판결일 등 특허소송에 정보 구축은 2015년 과제에도 똑같이 포함됐다. 사업이 제대로 진행이 안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수행 과제 내용에서 법률쟁점분류, 판결결과, 참조판례, 미국판례의 국문요약본, 특허목록집 등재사항 등은 모두 제공되지 않았다. 업데이트도 부실했다. 특허심판 사항엔 소송 취하가 반영되지 않았다. 국내쟁송 현황도 지난 4월16일이 마지막 업데이트였다.
다른 사업과제도 마찬가지다. 올메사탄, 올메사르탄, 올메자탄, 올메살탄 등 성분에 대한 유사어 검색기능과 검색·다운로드 횟수 및 조회 기능이 반영되지 않았다. 의약품 허가특허 처리통계, 심판결례 등 분쟁 통계도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없다.
특허인포매틱스는 매년 3억~4억원의 예산을 들인 사업이다. 수주된 만큼 지난 사업에 대한 평가가 진행돼야 한다. 사업 진행에 대한 식약처의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점이다.
신뢰성과 업데이트 부실 등으로 제약사들은 정확한 특허와 소송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정작 특허청, 법원에 의지하고 있다. 사이트에 대한 활용도가 떨어지는 이유다.
업계 특허팀 관계자는 "만든 취지는 좋은데 신뢰도와 편의성이 떨어져 잘 사용하지 않는다"며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선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에선 제대로 된 수요조사를 통해 특허인포매틱스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한다. 식약처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도 사용자들은 제공정보 확대, DB구축 대상, 검색 기능, 빠른 업데이트를 주문한 바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 정도 사업 규모면 특허청이나 특허법원 원문만 링크를 거는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특허정보를 정리해서 일목요연하게 제공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정보가 있고 정작 필요한 정보는 없어 제약업계에 제대로된 수요조사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특허인포매틱스는 특허정보원에 링크를 걸어놓은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특허청에서 제공된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려면 특허청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심판 분쟁 통계 등은 내부용 또는 외부용으로 사용할지 결정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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