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핀테크 산업 육성 및 활성화를 위한 단계별 추진전략을 공개했지만 업계 사이의 온도차와 법률 개정 문제 등으로 본격적인 출범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우리나라가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4단계 추진전략 중 3·4단계인 규제 패러다임 전환 및 이머전트 핀테크(Emergent Fintech) 활성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머전트 핀테크는 크라우드펀딩이나 인터넷전문은행, 송금서비스 등 기존의 서비스를 대체하는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말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24일 오후 서울 역삼동 퓨처플레이에서 열린 '핀테크 코리아, go 현장속으로'에서 참석자들의 발표를 듣고있다. 자료사진/뉴시스
하지만 은행에 가지 않고 계좌를 만들거나 인터넷 전문은행에 예금을 하는 등 실제 핀테크 시대가 오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할 과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핀테크 기업과 금융사의 온도차이다. 그동안 핀테크 기업은 창의와 혁신을 저해하는 오프라인 위주 규제체계 때문에 핀테크 도입이 어렵다며 절차적 보완규제 철폐를 주장했다.
이에 금융위는 모바일카드 단독 발급허용, 금융보안원 출범,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 핀테크 시업에 대한 출자 활성화, 보안심의 폐지, 전자금융업 등록자본금 완화, 핀테크 기업의 책임분담 허용 등 핀테크 산업 성장을 위한 규제를 없앴다.
하지만 법령상의 제도개선 보다는 금융사의 내부절차나 책임문제를 의식하는 업무태도 등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핀테크 사업을 할 수 있는 제도는 열렸지만 금융사의 의식 전환이 아직 안된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금융사의 내부업무 프로세스 및 업무관행 개선에 주력하기 위해 TF 구성을 논의하고 가이드라인도 만들기로 했다.
법 개정이 걸려있는 문제의 경우 시행 시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온라인에서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P2P대출을 위해서는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이 국회를 통과해야한다. 해당 법안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무원연금법 이슈가 있어 자본시장법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서도 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법 상에서는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4% 이내에서만 가지도록 규정해 인터넷 전문은행 출현을 막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 중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국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연내에 설립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올 12월 도입 예정인 온라인 보험 슈퍼마켓에 대해서는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팔 수 있는 상품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시장 확대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종호·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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