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이 또 다시 결렬되면서 합의 목표시점이 내달 초로 미뤄졌다. 그리스 측이 비합리적인 긴축요구를 따를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이번 협상도 틀어진 상태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핵심 쟁점사항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고 전했다. 심야까지 밤샘 협상이 진행됐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그리스와 채권단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부분은 연금과 노동 개혁, 재정 목표, 부가가치세 개편 등이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고통스럽고 어려운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며 "공무원 연금 삭감을 포함한 가혹한 긴축정책을 받아 들일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는 "협상 타결을 위해 굴욕적인 조건을 무조건적으로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그리스 국민들 역시 단순한 협상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 23일 그리스 의회에서 EU정상회담 결과를 전하며 추가 긴축안을 받아 들이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다 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이는 결국 막판까지 채권단의 긴축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되고 있다. 회담 직후 그리스 정부는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채권단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니코스 바우치스 그리스 내무부 장관은 "오는 6월에 국제통화기금(IMF)에 내야 할 분납금 16억유로를 지불할 능력이 없다"며 "하지만 강력한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채권단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치프라스 총리는 구제금융 지원 문제를 두고 메르켈 독일 총리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별도로 만나 정치적 지원을 요청했지만 역시 긍정적인 대답을 얻지 못했다. 이들은 정치적 지원보다는 채권단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그리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켈 총리는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며 "그리스와 채권단 간 협상을 조금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리스에 가장 강력하게 긴축압박을 가하고 있는 채권단 중 하나인 IMF는 성급하게 협상을 마무리 지을 의사가 없음을 밝히면서 향후 상당한 진통이 있을것임을 시사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그리스와 협상 과정에서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상당수"라며 "성급하게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리스는 EU, 유럽중앙은행(ECB), IMF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과 분할금 72억 유로를 받기 위한 개혁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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