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 감시팀 부장. 사진/ 경실련
집값과 전셋값이 모두 폭등했던 1989년 이후 투기 감시와 함께 부동산 운동의 맥을 이어온 단체가 있다. 여전히 집값에는 거품이 많고 정부가 할 일은 건설사를 부양하는 것이 아닌 서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감시자들.
이들 사이에서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 감시팀 부장은 최근 정부의 기업형 임대주택을 필두로 한 부동산 정책과 국회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의 활동을 평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 부장은 "최근 정부가 내놓은 기업형 임대주택사업 정책은 서민주거안정인 것 마냥 호도하는 대기업 특혜정책"이라며 "월 1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가 어떻게 중산층이 부담 가능한 수준인지 의심스럽다. 이는 곧 서민주거안정이 아닌 고가 월세주택으로 변질돼 기존 주택의 월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월세 가격도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이렇듯 민간에 임대주택을 맡겨버린 데에는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주체들이 모두 예산 부족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재개발 사업 물량의 15% 이하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하지만, 이 역시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인데다, 공급되는 유형도 서민주거복지와는 거리가 멀다.
최 부장은 "지난 2008년 법 제정 이후 서울시는 1만가구가 넘는 임대주택을 매입했지만 경기도는 재건축 구역에서 242가구를 매입한 게 전부며, 인천은 아예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전가하고 있다"며 "지자체들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임대주택 매입은 시세의 60% 내외로 구입해 지자체가 이득을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대주택 매입이 재개발 구역의 사업성을 낮춰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상승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개발 이득을 얻는 만큼 불로소득 환수를 위한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부장은 "기존 지역에 살던 세입자는 말할 것도 없고 원주민의 정착률도 20~40%에 불과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임대주택을 인수해야 한다"며 "지자체 요청으로 매입과 공급을 대신하고 있는 LH 역시 집장사와 특혜로 전락한 분양전환 임대주택 공급을 중단하고 장기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전셋값 폭등과 급격한 월세 전환으로 주거비 부담이 늘면서 '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상한제' 도입,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세입자가 진정 필요로 하는 대책은 무엇인지 논의하고자 마련된 국회 서민주거복지특위는 제 구실을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강남 살리기, 건설사 밀어주기 등으로까지 표현되고 있는 부동산3법 처리에만 힘쓴 국회가 비판 여론을 피하기 위해 특위를 구성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최 부장은 특위에 대해서도 "고통 받는 세입자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의지나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운영 면에서부터 예정된 회의를 취소하는 등 단 6차례의 회의만 열린 것도 모자라 회의 내내 손에 꼽는 인원만이 자리를 지키며 여야를 막론하고 세입자 보호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없었다는 데 따른다.
최 부장은 "경실련이 제안한 10대 정책 의제 중 그나마 성과가 나온 것은 주택정책을 공급 위주에서 주거중심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주거기본법 제정 합의 뿐 이지만 졸속 추진으로 인한 법률적 완성도도 떨어지고 개별법과의 정립도 엉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구 유럽과 미국 대도시의 임대차 안정화 제도는 '임대차 갱신-공정임대료-분쟁조정제도-인상률 상한'의 체계를 갖추고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주거 불안정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해 주거 기간을 늘리고,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월세 상한제 등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방서후 기자 zooc60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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