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투자에 재미를 붙인 주부 M씨는 최근 진행된 경매에서 경기 시흥 소재 빌라의 지하층 한 세대를 낙찰 받았다. 입찰서에는 최저입찰가보다 300만 원 가량 높은 3500만 원을 써 냈지만 현재 인근 중개업소에 등록된 다세대주택 반지하 시세가 최소 5500만 원 이상인 것을 착안해 손해 보지 않는 투자라 판단했다. M씨는 이 물건을 무난히 낙찰 받은 뒤 리모델링을 해 곧바로 시장에 내놨고, 7500만 원에 매매거래를 성사시켰다. 단순 시세차익만 4000만 원, 양도세와 리모델링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한 달 만에 1500만 원의 수익을 낸 셈이다.
외면 받던 반지하가 경매시장에서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저렴하게 낙찰 받아 시세대로만 처분해도 어느 정도 수익이 가능한 구조기 때문이다.
28일 두인경매에 따르면 수도권 다세대주택 경매 낙찰률은 지난달 기준 37.84%로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낙찰률은 입찰에 부쳐진 물건 중 낙찰된 수의 비율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15%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경매에서 다세대주택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는 방증이다.
통상 다세대주택은 신축이 아니고서야 엘리베이터가 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아파트와는 달리 고층보다는 저층에 대한 수요가 높다. 그러나 반지하는 채광이 좋지 않고 누수와 침수, 습기로 인한 벌레, 곰팡이 등 주거 환경이 열악해 정말 싼값에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기피하기 일쑤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을 역으로 이용해 약 1000만 원 가량의 리모델링 비용만 추가로 부담하면 가치를 높일 수 있어 시세차익은 물론 임대수익도 가능한 틈새시장이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 26일 입찰에 부쳐진 서울 구로구 개봉동의 한 지하층 빌라는 6명의 응찰자가 몰렸고, 지난달 13일 경매가 진행된 성북구 장위동 지하층 빌라는 입찰경쟁률이 8대 1에 달했다.
빌라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은 반지하도 1층과 크게 차이나지 않으면서 가격은 저렴하다"며 "오히려 강남권에서 멀어질수록 반지하 물건이 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저렴하다고 해 무턱대고 투자에 나섰다가는 손해 보기 십상이다. 수리비용이 더 들거나 자칫 불법건축물로 등재돼 이행강제금을 물 수도 있어서다. 만일 건축물 대장 상 반지하 주차장 용도인 층을 개조해 주택으로 만들어 임차인을 받을 경우 이행강제금이 수 천 만 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양창호 미소옥션 대표는 "빌라의 경우 현장 임장이 아파트에 비해 더 중요하다"며 "노후도에 따라 수리나 리모델링 비용이 지나치게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 입찰을 피하고, 입찰 전에 건축물대장을 발급받아 불법증축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서후 기자 zooc60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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