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시기가 연내로 확정되면서 신흥국 위기론 현실화 조짐이 일고 있다. 금리 인상이 내년으로 늦춰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사라지자마자 신흥국 증시는 급락세로 돌아서며 벌써부터 동요되는 분위기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주요 외신에서도 미국 금리 인상 후폭풍이 신흥국 시장을 강타할 수 있다는 예측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주요기관 수장들도 신흥국에 대한 우려감을 표명하며 금리 인상 전 안전장치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미국 금리 인상 시, 신흥시장 경제가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탠리 피셔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도 전날 이스라엘 텔 아비브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금리 인상에 가장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신흥국"이라며 "하지만 이에대해 충분히 대비를 하고 있다면 충격을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탠리 피셔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은 신흥국이 미국 금리 인상에 가장 취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IMF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2년 신흥국으로 총 4.5조달러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기간 이뤄진 글로벌 자금의 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글로벌자금 대부분이 흘러 들어간 신흥국에서 자금유출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점진적인 유출이 아니라 썰물처럼 일시에 빠져나간다면 충격파는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연일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 재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신흥국들은 긴축쇼크를 대비해 경상수지를 개선하고 달러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될 때를 대비해 긴급 지원책 마련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존에 낮은 비용으로 달러 차입을 진행했던 신흥국 기업들이 금리 인상 시 큰 채무 상환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이를 감안한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흥국들이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연준과 동반해 금리 인상을 시도하지는 않을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사이먼 퀴자노에반스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일부 신흥시장 중앙은행들은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동반 인상하기보다는 기준금리를 계속 낮추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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