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세 인상 1년…일본 물가 다시 0%대로 미끄러져
여전히 소비 경기 위축…생산과 실업률은 개선
2015-05-29 14:54:17 2015-05-29 14:54:17
소비세 인상을 단행한 지 1년 만에 발표된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제로(0) 수준으로 떨어졌다.
 
29일 일본 통계청은 지난달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0.3% 올랐다고 발표했다. 사전 전망치인 0.2% 상승을 웃돌았고 전월 보다 0.1%포인트 올랐지만 1년6개월 만에 사실상 0%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근원 CPI는 변동성이 큰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지표다. 식료품과 에너지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CPI는 전년동기 대비 0.6% 높아져 예상치에 부합했다.
 
전국 CPI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도쿄 지역의 식료품을 제외한 5월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0.2% 올랐다.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전월 보다 0.2%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일본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0%대로 떨어진 것은 소비세 인상에 따른 증세 영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일본정부는 소비세율을 종전 5%에서 8%로 인상했다. 이후 올해 3월까지 근원 CPI는 소비세 인상으로 약 2% 정도 왜곡된 부분이 있었다. 사실상 증세 영향을 배제한 CPI 상승률은 0%대에 머물렀던 것이다.
 
결국 일본은행(BOJ)의 적극적인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현재 물가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2%)과 여전히 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케시 마쓰이 골드만삭스의 일본 담당 수석 전략가는 “아직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 일본이 수출 중심의 성장에서 내수 진작으로 옮겨지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어 회복이 더디다”고 진단했다.
 
소비자들의 지갑은 여전히 닫혀 있는 가운데 위축된 소비 경기가 부진한 물가로 이어졌다.
 
이날 함께 발표된 4월 가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해 사전 예상치인 3.1% 증가를 크게 하회했다. 가계 소비는 13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날(28일) 발표된 4월 소매판매 역시 전년 대비 5.0% 증가했지만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5.4%에는 미치지 못했다.
 
함께 발표된 생산과 노동시장은 임금 인상 영향에 따라 호조를 기록했다.
 
4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0% 늘어나 석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예상치인 0.8% 증가와 직전월의 0.8% 감소를 모두 상회한 것이다. 또 4월 실업률은 예상치를 하회한 3.3%를 기록해 4개월 연속 하락추세를 그렸다.
 
마쓰이 전략가는 “봄 임금 협상이 데이터가 나오기 전에 체결돼 고용지표와 기업 생산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를 비롯해 대체로 부진한 지표에도 불구하고 추가 부양책의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경제 회복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토모 기노 시타 노무라 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구로다 하루히코 BOJ총재의 기존 발언을 감안할 때 일본 정부가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며 “0%대 물가로 추가 부양책을 시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로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인플레이션은 2%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마이너스로 미끄러질 가능성도 있지만 경제는 꾸준히 회복되고 있다”며 낙관적인 시각을 전한 바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향후 수개월 동안 0%대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선행지표인 소비자기대지수가 크게 부진할 경우, 오는 10월 일본 정부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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