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전셋값이 320주 연속 상승했습니다. 월로 치면 74개월, 년으로는 6년 2개월이라는 장시간입니다. 이번 상승세가 시작된 2009년 3월 중학교를 입학했던 학생은 대학생이 됐을 나이입니다. 대학교 입학생이었다면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 사회라는 또 다른 경쟁사회에 나설 준비를 하고, 여자라면 벌써 사회인이 됐을 시간입니다. 그 사이 두 명의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전세난을 잡기 위해 뛰어들었지만 소용없었죠.
지난 정부의 전세난 해소책은 씨알도 안먹혔고, 현 정부의 국토교통부는 접근 방법을 조금 선회 해 전세난 진정책으로 매매시장 활성화를 선택했습니다. 전세수요의 매매전환을 유도해 전세수요를 줄이겠다는 간접 대응책이죠. 어차피 전세공급량의 거의 대부분이 민간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 어렵다는 전제에서 시작된 정책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매매 활성화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지난해 역대 두 번째로 매매거래량 100만건을 돌파하고, 올해는 역대 최고량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전세난을 잡지 못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집주인들이 월세를 더 선호해 전세공급이 줄어든 영향이 가장 커 보이는데요. 어쨌든 정부는 전세난 잡기에 실패한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생각의 전환을 한번 해봤습니다. 만약 주택매매시장 회복에 실패하고 매매거래가 늘지 않았다면 현재 전세시장은 어떻게 됐을까?
지난해 전국에서는 100만여건의 주택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수도권이 전년보다 10만가구 늘었고, 지방도 5만가구 정도 증가했습니다. 100만가구가 집을 사고팔았는데 전세수요자가 얼마나 구입으로 돌아섰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겠죠.
만약 총 거래량의 반이 전세수요였다 치면 전국에서 50만가구의 전세수요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겠죠? 반대로 만약 이들이 집을 안사고 전세로 그대로 남았다면? 시장에는 지금보다 50만가구나 많은 전세수요가 전셋집을 찾아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겠죠. 지금도 전세시장에서는 곡소리가 나는데 지금보다 더 많은 경쟁자가 전세시장이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만약 정부가 전세난에 대비해 오래 전부터 대응책을 준비해 왔다면. 만약 4대강에 퍼부은 22조원으로 정부가 직접 전셋집을 지었다면. 만약 1989년 1년이었던 임대주택보호기간이 2년으로 확대될 때 현재 야권에서 요구하는 4년으로 연장됐다면. 만약, 만약, 만약…만약 전세제도가 없었다면. 이미 끝모를 전세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랬다면 저랬다하다간 끝이 없겠죠. 전세난이 끝나고 세입자들이 집 걱정하지 않는 때가 빨리 오기만을 기대해 봅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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