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고고고 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려는 목적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 본토로 발사하는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교수(국제정치학)는 계간 <창작과비평> 최신호(2015년 여름호) 논문에서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발사한 ICBM이 북극이나 남극 어느 궤도로 날아가도 탐지거리가 600km인 한국 배치 사드의 레이더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레이더가 한반도에 배치됐을 때만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 정도의 해상도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 교수는 미국에 방어수단이 없는 남극궤도로 미사일이 날아갈 경우 사드 레이더로 추적해 한반도 서해나 남해에서 요격할 수 있어 미국에 사활적인 이익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북의 핵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2013년 초부터 유럽미사일방어계획을 축소하면서까지 아시아에서 미사일방어능력을 급속히 확산 중이다”라며 사드는 그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사드는 한국 방어용’이라는 주장에 대해 서 교수는 북한이 1000기 이상 보유한 단거리미사일을 사드로 요격하는 건 비현실적이고, 중거리미사일의 경우 낮은 각도(저고도)로 발사되면 고고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사드는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ICBM 감시·견제 목적론’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서 교수의 주장이다. 중국 ICBM을 레이더로 포착하거나 요격하는 데에는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미사일방어체계로도 충분하고 한반도 사드의 효과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미국은 사드를 동원해서 북의 핵미사일을 막으려 하고, 한국은 그 방어막인 사드의 배치장소가 되려 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그 사드를 보호하기 위한 선제타격능력이 추진되고 있다”며 사드로 인해 한반도 군비경쟁이 질적 전환을 맞고 있다고 규정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서는 선제공격을 어렵게 하기 위해 무기체계를 이동식으로 전환하고 ‘다종화’하는 등 필연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반도는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이 제공한 사진으로 지난 2010년 6월 28일 하와이 태평양 미사일 범위 시설에서 미국 사드 발사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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